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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코로나 '실업 쇼크'…유럽이 일자리 지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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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 활동을 멈춰 세우면서 사람들이 해고 위기에 처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말까지 25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운명은 국가 정책에 따라 갈린다. 실직 후 각자도생하거나 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미국과 유럽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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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무료 음식 나눔소 앞에 사람들이 줄 서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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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개인들에게 가닿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은 ‘각자도생형’에 속한다. 미국 정부가 내놓은 슈퍼 경기부양책은 개개인에게 실업수당으로 곧장 연결됐다. 이달 셋째 주에만 300만 명 넘는 사람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금융위기 때의 5배다.

정부-기업-노동자를 잇는 사회 보장시스템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업 운영이 어려워지면 곧장 노동자를 해고한다. 노동자는 실업급여로 위기를 버티고 재취업을 노려야 한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다. 기업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정부가 급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체계 안에서 보호하는 장치가 자리 잡혀있다.

클라우스 비스테슨 유로존 경제학자는 “유럽 대륙 노동시장은 미국과 다르다”며 “유럽에선 기업이 노동자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회사들이 정부의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유럽 대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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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고용센터/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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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모범적인 모델로 꼽힌다. 단축 근무제 ‘쿠어츠아르바이트(Kurzarbeit)’다. 2차 세계대전 때 대량 실업을 겪은 후 만든 정책이다. 경제 위기로 대량해고가 예상될 때 단축 근무를 하는 대신 그만큼 줄어든 급여의 60%를 정부가 보전한다. 자녀가 있으면 최대 67%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대응하기 위해 ‘쿠어츠아르바이트’를 적극 활용할 것을 기업들에 당부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60억 유로(30조 원) 규모 예산을 책정했다.

독일 노동부에 따르면 3월에만 47만 개 회사가 제도를 신청했다. 노동부는 올해 말까지 전체 기업의 25%가 신청해 300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금융위기 땐 노동자 150만 명이 혜택을 봤다. 덕분에 당시 실업률은 7.9%까지 치솟았다가 6%대로 떨어졌다.


일자리 지키려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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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이탈리아 거리/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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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쇼마주 파르티엘(임시 실업)’ 제도가 있다. 사업장 폐쇄 등으로 노동자들이 일하지 못하는 동안 기존 급여의 80~100%를 보전해준다. 고용주가 주정부에 직접 신청한 뒤 노동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면 주정부가 고용주에게 상환하는 방식이다. 임시 실업 기간이 끝나면 노동자들은 대부분 재고용된다.

이탈리아는 ‘긴급 상황’ 관련법을 통해 사회보장국이 노동자들의 급여 일부를 보전한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고용주가 직접 주정부에 신청하면 일시 실업 상태에 놓이는 직원들이 사회보장국으로부터 급여 일부를 받을 수 있다. 보장 기간은 최대 연속 13주다.

영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고용 유연성을 우선해왔으나 유례없는 대규모 해고 위기 앞에서 방향을 틀었다. 고용을 유지하는 고용주에게 근로자 임금의 최대 80%(월 최대 2500 파운드)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보조금 지급 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영국 정부가 노동자 임금을 지급하는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 밖에 덴마크와 네덜란드도 고용을 유지하는 고용주에게 근로자 임금의 최대 90%까지 보전하겠다고 했다. 덴마크 정부는 노동자의 병가를 보장하고 임대료와 임금 등 고정 지출을 내야 하는 사업체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플레밍 라슨 덴마크 경제학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네덜란드 정부는 기업과 근로자의 관계를 유지하는 걸 중시한다”면서 "회사가 추후 해고된 근로자를 재고용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면 경제 회복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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