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손가락이 해파리를 잡으려는 모습. [사진=하버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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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산업현장에서 로봇의 노동력은 필수입니다. 특히 로봇의 손은 로봇의 부위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동력을 발휘하는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이 로봇손은 인간이 해내기 어려운 무거운 물체를 들거나 강력한 힘이 필요한 작업들은 착착 잘 해냅니다. 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오히려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해파리처럼 말랑말랑한 생물이나 푸딩처럼 부드러운 물체, 또는 아주 작아서 움켜쥘 수 없는 물체 등을 옮길 수 없습니다. 큰 로봇손으로는 작은 물체를 잡을 수 없고, 꽉 쥐면 물체가 으깨지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로봇손은 없을까요? 개발은 됐지만, 아직 상용화 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하버드 공대와 바루크 뉴욕시립대 연구팀은 수압을 이용해 손가락을 부드럽게 쥐었다가 펼 수 있으며, 물체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단단히 감싸듯 쥘 수 있는 연성 그립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그립 기술은 해파리처럼 아주 민감한 형태의 해양 생물체도 부드럽게 움켜쥘 수 있는 로봇 손가락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파리는 몸의 95%가 수분이어서 세게 쥐면 조직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해양 생물체를 자연그대로 관찰·실험하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로봇손이 필요합니다.
얇고 평평하면서 유연한 실리콘 조각으로 구성된 6개의 이 로봇 손가락은 속이 빈 통로처럼 생겼습니다. 아주 정밀한 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데 내부에 물이 채워지면 나노섬유로 코팅된 측면 방향이 구부러지는 형태로 작동된다고 합니다.
그립 압력은 기존 기술로 최대치인 약 1kPA(킬로파스칼)보다 더 낮은 압력을 가할 수 있는데 사람 눈꺼풀의 압력의 10분의 1 미만 정도의 압력 만으로도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 로봇 손가락은 100번 정도 쥐었다 펴고 나면 겉이 닳고 찢어진다고 합니다. 해파리실험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오래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드러난 것이지요.
이런 단점을 극복한 또 다른 연구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아예 손으로 잡지 않고 초음파로 물체를 옮기는 기술입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볼 수 있었던 광선으로 우주선을 착륙시키거나, 나포하는 장면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광선이지만, 현실에서는 초음파를 사용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2013년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ETH) 연구팀은 초음파를 이용해 이쑤시개를 공중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듬해인 2014년 영국 브리스톨대와 석세스대 공동연구팀은 물체를 공중에 띄운 뒤 초음파로 물체를 이동시키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공동연구팀은 64개의 소형 초음파 스피커를 이용해 물체를 공중에서 이동시킬 수 있도록 했지만, 이를 상용화 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작고 부서지기 쉬운 물체를 집어올리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밀함과 섬세함이 요구되는데, 물리적 접촉 방식으로 딱딱한 물성의 로봇팔이 수행한다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만, 상용화될 경우 초소형 부품들로 조립하는 시계 등 초정밀 조립제품 등의 생산공정이 자동화될 경우 경제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물체의 형태나 크기에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접촉해서는 안되는 고순도 화합물질이나 위험물질 등을 떨어뜨리지 않고 원하는 장소에 옮길 수 있는 기술은 꼭 필요합니다.
초음파로 물체를 옮기는 연구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ETH 연구팀은 "조금만 접촉해도 오염되는 고순도 화합물질이나 위험 물질 등을 손상 없이 다룰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다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경제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을 현실에서도 하루빨리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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