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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함장의 호소 통했다…美루스벨트호 병사 괌 호텔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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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SOS 서한 발송

軍ㆍ괌주지사 신속응답

1천명 항모 남아 임무수행

헤럴드경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우려됐던 미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항해를 하고 있다.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대행은 1일(현지시간) 국방부 기자들에게 “루스벨트호에서 1000명 가량 하선했고, 며칠 안에 2700명이 배에서 내릴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항모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전쟁 중이 아닌데 승조원이 죽을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해군 측에 보낸 게 전날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조치를 취한 것이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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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우려해 수병을 하선시키고 격리해야 한다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함장의 호소가 통했다. 승조원 4800명 가운데 상당수가 수 일 안에 항모가 정박해 있는 괌의 호텔 빈 방에서 격리생활을 하게 됐다.

1일(현지시간) CNN·AP 등에 따르면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대행은 이날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루스벨트호에서 1000명 가량이 하선했고, 며칠 안에 2700명이 배에서 내릴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모 승선 인원 중 1273명을 검사해 93명이 이날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는 미군 전체의 확진자(814명)의 10%를 넘는 수준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검사 결과가 더 나오면 확진자 수가 늘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루 레온 게레로 괌 주지사는 모들리 장관 대행의 발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상이 없는 루스벨트호 승조원은 괌 호텔에서 2주간 격리를 전제로 하선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매일 발열 검사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해군·괌의 신속한 결정을 이끌어 낸 건 루스벨트호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해군 측에 보낸 서한이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크로지어 함장은 서한에서 “전시가 아니다. 승조원이 죽을 필요는 없다”며 괌 해안에 병사들이 하선할 수 있게 조치해달라고 호소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이 이를 첫 보도했을 땐 군 고위층은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뉴스가 확산하자 대책 마련에 속도가 붙었다.

모들리 대행은 크로지어 함장이 징계를 받는지 여부에 대해 묻자 “누가 서한을 언론에 유출했는지 모른다. 함장이 그랬다면 규정 위반일 수 있다”면서 “우려를 전달하는 서한을 상부에 보낸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마이클 길데이 해군참모총장은 루스벨트호엔 1000명 가량의 승조원이 남아 필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모엔 무기와 비행기, 핵발전기가 있기 때문에 승조원 전원이 배를 비울 수 없어서다. 1000명은 크로지어 함장이 서한에서 격리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보다 500명 가량 많다고 CNN은 설명했다.

루스벨트호의 코로나19 상황은 지난 일주일간 급속도로 악화했다. 병사 3명이 양성판정을 받은 이후 이날까지 확진자가 30배 넘게 불어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른 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호에도 약간의 코로나19 양성 사례가 있다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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