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장교 신나미 소위…"조금 더 사랑하고 한 번 더 웃으며 견뎌내요"
'코로나 최전선' 임무 수행하는 쌍둥이 새내기 간호장교 |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현재 국군대구병원은 코로나19 확진환자 의료 임무를 빈틈없이 수행하며 총력을 다하고 있어요."
한 달 전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졸업 및 임관식을 마치고 국군대구병원으로 내려간 75명의 신임 간호장교 중한 명인 신나미(23) 소위는 부모에게 근황과 각오를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
신 소위는 쌍둥이 언니 신나은 소위와 함께 대구에 투입됐다.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 신광수(58·경희대 교수) 씨가 2일 연합뉴스에 공개한 편지에는 사관학교에서 대구·경북지역으로 파견된다는 통지를 받았을 때 감정과 현재 임무를 수행하면서 다지는 각오 등이 들어 있다.
신 소위는 "모두의 업무가 대단히 두드러지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정성으로 해냄으로써 국군대구병원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라며 "신임 간호장교로서, 매일 보고 들은 경험으로부터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며 내게 맡겨질 수 있는 역량을 넓혀나가는 것을 나의 몫으로 알고 매일을 살아내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희생과 헌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기록되며 많은 분의 칭찬을 받았지만, 나는 이 고된 시간이 희생이기보다 '행운'이라고 느낀다"며 "나를 포함하여 현재 조명을 받는 일부 의료진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수많은 분들이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소위는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하며 함께 마음을 모으고 있다"며 "나의 작은 희생이 이다지도 따뜻한 격려를 받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행운이자 특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글을 빌어, 그분들께 내 온 힘을 다해 박수와 감사, 격려를 보내고 싶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방호복을 벗고 더운 숨을 고르며 문득 창밖 하늘을 본 적이 있다"면서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 땀에 젖은 목덜미를 식혀주는 바람이 제법 훈훈해 나는 봄이 다가옴을 느꼈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며 봄은 찾아오기에, 조금 더 사랑하고 한 번 더 웃으며 우리는 함께 견뎌내자"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지난달 3일 열렸던 졸업 및 임관식을 앞두고 간호사관학교장 정의숙 준장으로부터 대구로 투입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도 편지에 담았다.
신 소위는 "대구 지역으로 투입된다는 계획을 듣자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임상경험이 전혀 없는 내가 의료진으로서 내 몫을 다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무엇보다 앞섰고 겁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걱정과 부담감으로 주춤했던 마음도 잠시 지금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 갈 수 있는 이유를 힘주어 설명하는 학교장님의 결연한 표정에 우리의 눈도 점차 그녀와 같은 빛을 띠었다"며 "스스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의지를 다진 우리에게 남은 것은 '知彼(지피)', 즉 코로나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신 소위는 "우리는 COVID-19로 불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개요와 발생 현황, 검체 채취 방법 등을 익힌 후, 무엇보다 중요한 개인 보호구(LEVEL D) 착·탈의 과정에서 감염 요소를 철저히 배제할 수 있도록 실습에 매진했다"며 "임관 및 파견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교수진들께서 만사를 제쳐두고 파견 전 교육에 힘써주셨다"고 소개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보내주신 응원은 큰 힘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마음이 무거워져 몇 번이고 내 자신을 다잡았다. 국민들의 믿음에 부합하고 싶었고, 그 어느 때보다 멋지게 해내고 싶었다"면서 "힘내라, 대한민국!"이라고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맺었다.
아버지 신 씨는 "쌍둥이 딸이 국민들의 응원에 힘이 난다는 얘기를 해왔다"면서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는 딸들이 걱정은 되지만,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편지를 공개한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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