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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MODU의 아트] “언제 어디서나 추함은 또한 아름다운 면을 지니고 있다”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툴루즈 로트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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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유전병에 의해 평범하지 않은 외모로 차별을 받았던 비운의 화가.

신체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툴루즈 로트렉의 국내 첫 순회전이 열렸다. ‘현대 포스터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우여곡절 많았던 그의 인생을 섬세히 따라간 전시장을 공개한다.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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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는 최초의 현대적인 포스터로 평가받는다. 당시 수집가들은 그의 포스터라면 벽에 붙은 것마저도 떼어가려고 했을 정도. 로트렉은 짧은 생애 동안 31점의 포스터를 남겼으며, 이 포스터들은 미술 작품이 대중을 위해 제작되고, 활용되는 최초의 계기가 됐다.

그림 뒤에 숨은 글을 시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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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렉과 친한 사이였던 샹송 가수 아리스티드 브뤼앙의 공연 포스터. 검은 모자와 망토, 붉은 스카프의 조화, 눈에 확 띄는 디자인이 지금 봐도 현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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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렉은 귀족들 틈에서 자라 말에 대한 열정이 컸다. 알코올 중독과 과대망상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해서도 다양한 말의 드로잉을 그렸으며, 이 석판화 또한 당시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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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조제의 소설인 <바빌론 달레마뉴>의 책 광고 포스터다. 독일 제국의 군사력 팽창을 풍자하고 있다.

“나는 내 드로잉으로 자유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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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툴루즈 로트렉의 평생 친구였다. 어린 시절 다리가 부러진 후 오랫동안 침대에서 지내며 그는 늘 연필로 쓱쓱 그림을 그렸고, 이후에도 사람의 얼굴, 포즈, 실루엣, 캐리커처 등을 스케치하며 대상을 몇 개의 선만으로도 빠르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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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I INTERVIEW



“분석 대신 마음을 열고 전시를 감상할 수 있길”


정우철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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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조금 생소한 인물이이에요. 툴루즈 로트렉의 삶이 궁금합니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은 프랑스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금전적인 부족함 없이 살았던 사람이에요. 하지만 집안 대대로 오랜 근친혼을 해온 결과, 골격계 유전병인 ‘농축이골증’을 앓게 됐죠. 결국 키가 잘 자라지 못했고, 작은 키 때문에 외모에 자신이 없었던 로트렉은 상류 사회에 속하기보다 프랑스의 유흥가인 ‘물랭 루즈’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어요. 그 시대의 하층민이라고 불렸던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을 꾸밈없이 그려주면서 그의 화가 인생이 시작된 거예요.

꾸밈없이 그려서일까요? 작품에 아름다운 사람이 등장하지 않네요.

맞아요. 그 자신이 차별받고 자랐고,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하층민의 일상을 본 그대로 그려냈죠. 하지만 그림의 주제는 늘 ‘인간’이었어요. 세상을 미화시키지 않았던 거지, 인간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니까요. 도덕적 잣대 없이 밤문화, 동성애 등을 그렸기 때문에 당대에 호평받지는 못했어요. 예술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 평가가 달라진 작가죠. 빈센트 반 고흐와도 친구였고, 37세에 단명했기 때문에 전설처럼 남은 존재이기도 해요.

아주 객관적인 관찰자였군요. 이번 전시의 특별한 점도 알려주세요.

로트렉의 우여곡절 가득한 인생을 이해하고, 흐름에 따른 작품 세계를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관람한다면 와 닿는 게 많을 거고요, 유화를 기대하고 온다면 실망할 수도 있어요.(웃음) 먼저 전시장 입구에 19세기 말 파리의 몽마르트트 거리와 ‘물랭 루즈’를 재현한 포토존이 있어요. 그림이나 작품만 즐기는 게 아니라 그 시대 자체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한 거예요. 한 걸음 더 들어오면 로트렉의 초대형 사진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늘 사람을 올려다봐야 했던 그가 거장으로 불리기 시작하며 관람객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됐다는 뜻이죠.

도슨트를 준비하면서 애정이 남달랐던 작품도 있을 것 같은데요.

<환자 구속복을 입은 반 고흐>라는 드로잉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정말 간단한 선이지만 인물의 특징을 잘 포착했거든요. 그게 로트렉이 천재라는 방증이겠죠. 그가 첫눈에 반한 여성을 그렸던 <요트에서 우연히 만난 54번 선실의 여행객>도 좋아해요. 알고 보니 유부녀였기 때문에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후에 로트렉은 그녀를 잊지 못하고 포스터의 모델로 그리기도 했거든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역시 진리네요. 전시를 조금 더 즐길 수 있는 팁도 있나요?

중고등학생 친구들에게는 도슨트를 정말 추천해요. 전시장이나 도록에도 없는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딱딱한 오디오 가이드와도 다르거든요. 하지만 일정 때문에 도슨트를 듣기 어렵거나 전시장에 있는 텍스트를 읽고 싶지 않은 친구들도 있겠죠?(웃음) 그럼 일단 입장하자마자 맨 끝 전시실로 가보세요. 거기서 로트렉의 인생을 영상으로 풀어낸 화면을 한 번 쭉 둘러보고 다시 첫 방으로 돌아가 천천히 감상하는 거예요. 워낙 작가의 인생이 파란만장했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더 추천하는 전시예요. 고통을 예술로 풀어냈던 로트렉에게 좀 더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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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기간 5월 3일(일)까지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관람료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도슨트 운영 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3시, 5시(연휴, 공휴일 제외)

글 전정아 ●사진 제공 메이드인뷰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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