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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신간] 나의 기억을 보라·역사의 옳은 편 오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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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고양이

(서울 = 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나의 기억을 보라 = 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나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이며 프리모 레비, 안네 프랑크, 빅터 프랑클과 함께 홀로코스트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이 생전에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한 대화와 토론을 정리했다.

저자는 15세 때 처음 엘리 위젤을 만나 20대를 그의 학생으로 보냈고 30대에는 그의 곁에서 조교로 일했다. 그는 25년 동안 이어진 만남의 기록과 5년 동안의 강의 필기 등을 토대로 위젤과 함께한 수업과 토론의 기억을 오롯이 되살려낸다.

1928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위젤은 10대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어머니와 여동생들을 잃고 부헨발트 수용소에서 아버지가 독일군에 살해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의 보육원에 보내진 그는 언론인으로 일하다 30세가 되던 1958년 자전적 소설 '밤'을 프랑스어로 발표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1963년 미국 시민권자가 된 위젤은 1976년부터 보스턴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위기에 처한 인류의 참상을 알리고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이 시절의 강의에서 위젤이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강조한 것은 '기억'의 중요성이다. 그는 "망각은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끌지만, 기억은 우리를 구원한다. 나의 목표는 언제나 한결같다. 과거를 일깨워 미래를 위한 보호막으로 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육의 힘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믿은 그는 "내게 가르치는 일이란 결심이나 결의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내 결심이 여러분 결심의 일부가 돼서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여러분을 통해 올바른 일이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책은 '기억과 가르침', '다름과 타인', '종교와 믿음', '광기와 저항', '증오를 넘어서는 말과 글', '예술과 열정' 등 6가지로 주제를 나눠 그의 강의와 토의를 더듬어간다.

저자가 2016년 오랜 투병으로 쇠약해진 스승 위젤을 찾았을 때 그는 "내가 항상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나는 항상 곁에 있을 테니까"라고 말해 주었고 그것이 저자가 그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쌤앤파커스. 396쪽. 1만8천원.

연합뉴스


▲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 = 벤 샤피로 지음, 노태정 옮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저자가 서구 문명과 역사의 진전에 대해 논한다. 저자가 보기에 역사의 옳은 편, 즉 오른편에 섰기 때문에 세상은 오늘처럼 살기 좋아졌고 옳은 편을 버리는 집단 때문에 세상은 망가지고 있다.

그 옳은 편은 3천 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서구 문명이고 옳은 편을 저버렸기에 멸망한 집단은 그 반대편에 선 세력으로 그 실체는 시기마다 다르다.

저자는 서구 문명을 떠받치는 양대 기둥은 예루살렘으로 대표되는 유대기독교와 아테네로 상징되는 이성이라고 단언한다. 다만 "종교적 가치에만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우리는 신정국가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이성만을 신봉한다면 유물론에 기반한 독재국가가 탄생할 것"이라면서 두 기둥 중 어느 한쪽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인간사회를 꾸려갈 수 없다고 경고한다.

지난 세기 문명의 반대편에 선 것은 스탈린, 히틀러, 마오쩌둥으로 대표는 전체주의 세력이었다. 21세기 들어 몰락한 전체주의의 맥을 잇는 세력으로 저자는 사회주의의 옛꿈을 떨치지 못한 좌파와 인간을 한갓 짐승의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과학만능주의를 꼽는다.

우파의 탈을 쓴 극우 전체주의, 예컨대 인종주의나 이른바 '대안우파(alt-right)'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대한민국의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는 서구 문명의 근본 전제 자체를 거부하는 한 나라를 발견하게 된다. 세계관의 비교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처럼 극명한 대조를 드러내 주는 사례는 지구상 어디에 없을 것이다"라고 썼다.

기파랑. 392쪽. 3만원.

연합뉴스


▲ = 백수진 지음.

선물 받은 선인장조차 한 달 만에 말려 죽일 정도로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는 저자가 불현듯 나타난 길냥이 '나무'와 한 지붕 아래 가족이 되는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일산의 아파트 단지에서 제법 유명한 그 고양이는 나무 타는 걸 좋아해서 이름이 나무였다. 나무에게 호감을 가진 많은 주민처럼 저자도 집을 만들어주고 먹을 것을 챙겨주는 캣맘 노릇을 하다 사람을 잘 따르는 성격 때문에 다른 길냥이들의 따돌림과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 안쓰러워 식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집사'가 된 저자와 나무 사이의 생활에는 똥 치우기, 밥 챙기기, 피곤해도 놀아주기, 말썽 뒤처리하기 등등 여느 육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퇴근 후 반기는 작지만 따스한 온기, 나의 관심을 끌려고 하면서도 그것이 아니라는 듯한 능청스러움, 사고를 쳐놓고도 뭘 잘못했냐는 듯 당당하고 도도한 표정 등 집사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희로애락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4년을 나무와 동고동락한 저자는 세상일이 막막할 때면 "집에 가면 고양이 있다. 좀만 참으면 고양이 본다"고 주문을 외우게 된다. 그리고 "고양이가 없었을 때의 나는 집이 뭔지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한다.

북라이프. 224쪽. 1만5천원.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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