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자발적 릴레이 성금에 공동체 힘 느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김미경 은평구청장

<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코로나사태를 통해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요.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즉각 재난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바이러스 노출 취약지역 현장점검, 경찰서· 소방서· 군부대 등 유관기관 대책회의 개최, 다중이용시설 방역, 개인위생 및 유증상 시 행동요령 홍보 등 바이러스 감염 차단에 주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월 21일 은평성모병원(은평구 진관동 소재)에서 환자 이송업무를 맡고 있었던 직원의 코로나19 확진을 시작으로 은평성모병원관련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데 이어 2월 25일 서울재활병원(은평구 구산동 소재)에서 근무하는 작업치료사가 확진자로 판명됨에 따라 병원 내 감염 확산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은평구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차단하고 병원 내 더 이상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였습니다.

먼저, 확진자 발생 병원에 대한 응급실 및 외래진료를 잠정 폐쇄하고 은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1개동을 추가 설치하였으며, 혹시 모를 감염예방과 추운 날씨에 검사 대기중인 주민들을 위한 1인 대기 천막 8개동과 이동식 간이화장실 3개소, 일반 천막 10개, 야외용 가스히터 4개, 의자 60석도 설치하였습니다.

지역주민들에게 전방위적 홍보를 위해 구·동 팀장 237명이 지정된 담당 통에 나가 코로나19 관련 홍보물을 직접 배부하고, 능동감시자인 은평성모병원 근무자 중 은평구 거주자 260명을 대상으로 구청 팀장(134명)이 1:1로 지속적인 모니터링 하는 ‘합동관리전담제’를 운영하였습니다.

다중이용시설, 종교시설, 확진자 이동동선 등 1,994회 방역소독을 실시하였으며, 손소독제 20,000여개, 마스크 1,115,000여개를 배부 완료하였습니다.

서울재활병원 외래환자 및 낮병동 이용자, 방문객 등 총 1,057명에게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선별진료소에서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하는 안내 문자를 2차례 발송하고, 일일이 전화 통화하여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여부 등을 모니터링하였습니다.

또한 은평구 재해대책본부(9개 실무반, 24시간 운영) 운영과는 별개로 서울시와 협조하여 은평성모병원 내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TF팀을 구성하여 방역소독, 환자 관리, 병원 내 감염사항에 신속대응토록 하고, 은평구 보건소 5층에 전문가, 역학조사관 등으로 ‘서울재활병원 현장대응팀’을 즉각 구성, 심층 역학조사 및 병원내 감염 차단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그 결과 서울재활병원은 확진자 접촉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 258명, 입원환자 55명, 보호자 및 간병인 49명 등 총 362명에 대하여 코로나19 검사결과 전원 음성 판정을 받고 최초 확진자 외에 현재까지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은평성모병원은 지난 3월 9일, 서울재활병원은 3월 10일부터 정상적으로 진료를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2. 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잘 아시다시피 우리 은평구는 12년 연속 적십자회비 모금 서울시 1위를 차지할 만큼 따뜻한 정이 넘치는 곳입니다. 그런 따뜻함이 이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여실히 나타났습니다.

방역할 곳이 급증함에 따라 은평구 자율방재단에서는 전국 최초로 자발적 방역단을 구성하여 방역약품 희석방법, 살포요령 등의 교육을 받은 후 지역 내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약 280여곳의 방역을 완료하였습니다.

관내 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해 동 주민센터, 유치원, 생협, 공동체마켓, 지역사회보장 협의체 등 각종 단체에서도 ‘착한 숨 마스크’ ‘정나눔 건강 마스크’ 등 정감 어린 네이밍을 붙여가며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4만여개가 넘는 천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러한 ‘착한 마스크 캠페인’과 기부행렬이 각계각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는 주민들이 있어 너무 감사하고 든든합니다. 얼마 전 한 유치원의 천 마스크 제작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교사들이 제게 손편지와 건강 음료를 주며 오히려 격려를 해 주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쉽다기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 은평구에서는 지역주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여러 대책을 시행 중에 있습니다.

우선, 민생안정, 지역경제활성화 등에 필요한 약 330억 규모의 코로나19 관련 추경예산을 긴급 편성하였으며, 소상공인 안정자금 융자, 착한임대인 운동, 은평사랑상품권 확대 발행, 세금부담 완화 등 다양한 극복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4. 코로나사태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독거 어르신이나 기초 수급자 등 취약계층인 것 같습니다. 각 구청에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충분치 않은 듯합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특히 독거어르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코로나19 파급영향 조기극복을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하였으며 저소득층을 위해 한시생활 지원 사업을 추진, 우리 구에도 16,489가구를 대상으로 총 11,154,240천원(국비)을 4월 중 대상자에게 지급할 예정입니다.

또한, 3월 20일 기준 서울형긴급복지지원(물품 및 생계비)으로 245가구에 24,338천원을 지원하였으며, 경로당, 노인복지관, 어린이집, 장애인복지시설 등에 방역을 실시하고 마스크 136,188개 및 손소독제 9,144개를 배부하였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거동이 불편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식사를 거를 우려가 있는 어르신에게 제공 중인 경로식당(대체식) 및 식사배달 서비스가 1식 3,500원의 제한된 비용으로 양질의 식단을 제공하기 어려움에 따라, 3월 23일부터 4월 19일 까지 4주간 단가를 1,000원씩 인상, 총 19,872천원(구비)의 예산을 투입하여 영양가 높은 식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에서 마스크 5부제 실시에도 집단감염의 우려가 있는 노인 관련 시설이나 요양원 등에서는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우리 구에서는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하여 필터교체용 면 마스크를 만들어 노인복지관, 경로당, 요양시설 등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우선 3월 말까지 1차로 5,000개를 제작하는데 면마스크 1개당 헤파필터(KF80 기능)가 4개 포함되어 있어 일회용마스크 2만개 가치의 물량입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관내 여러 단체 및 개인들로부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성금이 끊이지 않고 있음. 이러한 성금들이 취약계층에게 뜻깊게 쓰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5. 불철주야 최일선 방역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여러 감회를 느꼈을 줄 압니다. 소회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써주세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은평 마을공동체의 힘에 대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은평구 내 자원봉사 캠프부터 시작된 ‘착한 천 마스크 캠페인’부터 주민들의 자발적인 릴레이 성금과 물품 후원에 은평 마을공동체의 단합된 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쇼핑몰, 기업과 병원에서 성금을 보내오고 물품을 기증하고 있고, 교회와 사찰에서도 성금을 기부하고 사찰음식까지 준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불광2동 주민센터에는 한 익명의 어르신이 손편지와 동전 등을 모은 성금 743,000원을 전달해 감동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착한 건물주도 위기극복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관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10~50%까지 감면하기로 하는 등 코로나 19의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온정이 넘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은평 지역에서 릴레이 성금과 물품, 면 마스크 자원봉사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발한 까닭은 10년 넘게 이어오는 주민참여위원회를 통한 주민자치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다져온 민관 협치의 네트워크가 밑거름이 되어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울 때 같이 돕고 동참해 주고 계신 은평구민 여러분과 낮밤 없이 코로나19 방역에 애쓰고 있는 은평구 공무원들에게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금요 섹션 서울앤 [누리집] [페이스북] | [커버스토리] [자치소식] [사람&]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