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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단독] ‘n번방’ 계기 성착취 청소년 지위 변경 청원 등장…국회 “공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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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피해자’ 변경 필요… “정부 부처들 간 이견 해소해야”

세계일보

지난 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 법적 지위 변경 청원. 청원은 하루만에 사전 동의 100명을 넘겼고, 국회 사무처가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홈페이지 캡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청소년 성매매’ 구조에 빠진 성착취 아동·청소년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이들의 법적 지위를 변경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법률상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은 사실상 ‘피의자’로 분류되는데 이를 ‘피해자’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n번방 사건으로 성착취 아동·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청원 진행 경과가 주목된다. 앞서 n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분이 커진 배경도 국회 국민동의청원 덕분이었다.

◆국회 청원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 ‘피해자’로 인정 필요”

2일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전날(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엔 ‘성착취 피해 아동을 되려 2차 가해하는 아청법 개정 촉구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사전 동의 100명을 얻어 현재 국회 사무처가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한 달 이내 청원 동의 10만명을 넘기면 국회가 의무적으로 법률안을 심사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1일 청원이 올라왔고 2일 사전 동의 요건인 100명을 달성했다”며 “최장 7일 이내로 청원 적법 여부를 판단,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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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은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사실상 피의자로 분류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을 개정해 이들을 피해자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은 “n번방 내 성착취 영상물 피해자들을 향해 ‘돈 벌려고 했네’와 같이 빌미를 제공했다며 피해자에게 범죄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2차 가해는 성착취 영상물 못지않게 피해자들에게 큰 고통”이라며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피해를 신고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성년 성착취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이와 같은 시각은 현행 아청법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며 “아청법은 성매매의 탈을 쓰고 이뤄지는 성착취의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피해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대상 아동·청소년’이라고 이름 붙이며 보호처분이 부과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처분은 사실상 처벌로 인식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성매매 착취 구조에 유입되면 아동‧청소년은 처벌을 두려워해 신고를 꺼리고, 성매수자나 알선자는 이 점을 악용해 미성년자 성착취를 이어간다”고 강조했다.

현행 아청법 2조는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대상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한다. 대상아동·청소년은 원칙상 본인 성을 판매한 범죄자로 분류돼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에 2012∼2013년 경기도 부천에서 가출한 A양(당시 13세) 등 10대 소녀 4명이 잠자리 제공을 빌미로 한 성인 남성에게 연이어 성폭행을 당했지만 보호처분이 두려워 신고를 못 하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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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8∼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UNCRC) 제5·6차 심의 모습. 국제아동인권센터 제공


◆법무부·여가부 이견…유엔 “한국, 성매매 아동·청소년, 피해자 인정해야”

앞서 유엔도 한국 정부에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인정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공식 권고한 바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UNCRC)는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는)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지칭하도록 법률을 개정하고, 보호처분을 폐지해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법률적 지원과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아동·청소년 지위를 피해자로 바꾸는 문제는 2016년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2016년 여야 의원들은 아청법 2조에 규정된 성매매 대상 아동 청소년을 모두 ‘피해아동·청소년’으로 바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법무부와 여가부가 이견을 드러내며 개정안은 3년째 국회에 계류됐다. 여가부는 현행법상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수사·재판 과정에서 본인이 위력 등으로 인해 성매매에 나섰다는 점을 입증해야 해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반면 법무부는 이들을 일괄적으로 피해자로 분류할 경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강제할 수 없어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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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처의 이견은 지난해 유엔 회의장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9월 두 부처는 스위스 제네바에 열린 UNCRC 제5·6차 심의에 정부 측 대표로 함께 참석했다. 위원회 측은 이 자리에서 2016년 국회에 발의돼 3년째 계류된 성매매 아동·청소년 지위를 변경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위원회 측은 개정안이 국회에 상당 기간 계류 중이라며 진행 상황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을 질의했다. 그러자 정부 대표로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는 “아동 청소년이 재차 성매매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 지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고, 재범 방지 등을 위해 시행 중인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 제도 해지의 적정성과 폐지 시 대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보류 의견을 낸 셈이다.

반면 여가부는 3분가량에 걸쳐 아청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법무부 관계자 발언이 끝나자 곧바로 마이크를 잡은 여가부 관계자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매매는 성인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착취”라며 “(성매매)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은 피해자로서 사회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법에 따른) 보호처분의 경우, 현실적으로 아동·청소년이 소년원 송치 등에 갖는 두려움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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