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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법률사무소 훈' 권오훈 변호사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제도, 최근 하급심 판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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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중기&창업팀 고문순 기자] 유류분이란 일정한 상속인을 위해 법률상 유보된 상속재산의 일정부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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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훈 변호사/사진제공=법률사무소 훈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피상속인의 사망시)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민법 제1009조는 법정상속분을 규정하는 데 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그 상속분은 균분으로 하고, 피상속인의 배우자의 상속분은 직계비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비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고,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존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민법은 제1060조 이하에서 유언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 자기의 재산을 자유로이 처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계약자유의 원칙과 함께 사적 자치 원칙의 한 부분을 이룬다.

그러나 사망자 근친자(상속인)의 생계도 고려함이 없이 사망 직전에 모두 타인에게 유증하는 처분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일정비율의 재산을 근친자를 위해 남기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유류분 제도이다. 피상속인은 유언(또는 증여)에 의해 재산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지만, 일정한 범위의 유족에게 일정액을 유보해 두지 않으면 안 되며, 그 한도를 넘는 유증이나 증여가 있을 때 그 상속인은 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영국·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이 제도를 채용하고 있으며 한국도 1977년의 민법 개정으로 이 제도를 신설했다. 유류분의 비율은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그 1/3이다.

그런데 최근 유류분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망인의 첫째 며느리와 그 자녀들이 망인의 둘째 딸을 상대로 11억여원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며느리는 고인인 시어머니가 둘째 딸에게 자산을 물려주기 위해 사망 3년 전에 가입한 유언대용신탁 자산에 대해 유류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민법에서는 유류분의 범위를 상속이 이뤄지는 시점에 고인이 갖고 있던 재산이나 생전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또는 사망하기 1년 이내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으로 본다. 그런데 망인이 유언대용신탁으로 맡긴 재산의 소유권은 망인이 아닌 신탁을 받은 금융회사가 가지므로, 신탁계약이 3년여 전에 맺어졌으므로 유류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위 판결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탁재산은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지면 수탁자의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신탁제도는 신탁재산을 맡기는 사람인 '위탁자', 그 재산을 맡는 사람인 '수탁자' 그리고 그 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누리는 사람인 '수익자'를 전제로 한다. 이 때 신탁자는 신탁재산으로 인해 이익을 볼 수익자와 그를 위해 재산을 관리할 믿을 수 있는 수탁자를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신탁 관계의 성립에 따라 위탁자로부터 수탁자에게 이전된 신탁재산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가 소유자로 인정된다. 물론, 신탁재산이 온전히 수탁자의 소유가 되는 것이 아니고 수탁자는 자신의 기존 재산과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구분하여 수익자를 위해 관리하여야 하므로(신탁법 제32조), 신탁재산은 원래 수탁자 재산인 고유재산과 별개의 독립된 재산으로 취급된다. 또한 위탁자나 수탁자 개인의 일반 채권자의 신탁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등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신탁법 제22조).

위 하급심판결에서는, 유언대용신탁으로 맡긴 재산의 소유권은 피상속인(위탁자)이 아닌 신탁을 받은 금융기관(수탁자)이 가진다는 점에 근거해,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의 일종으로 보았고, 또 그 시점이 3년전이라는 점에 근거하여 유류분반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권오훈 변호사(법률사무소 훈)는 "위 하급심판결의 법리가 대법원 판결에 의해 확정돼 정착된다면, 상속인은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를 받으면서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유언대용신탁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움글: 법률사무소 훈 권오훈 변호사

중기&창업팀 고문순 기자 komoo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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