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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프랑스, 2500명 교회 기도회가 코로나 확산 원흉.. “원자폭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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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그 기도회는 일종의 원자폭탄이었다.”

프랑스 동부 알자스 주의 소도지 뮐루즈가 프랑스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불러온 진원지로 지목됐다. 지난 2월 이곳의 한 복음주의 교회에서 열린 대규모 기도회 때문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지가 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월17일 해당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은 약 2500명이다. 기도회 도중 신도들이 함께 기도하고 노래하며 손을 잡고 껴안는 등 밀접 접촉 행위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이 기도회가 프랑스를 유럽 최대의 코로나19 감염국으로 만들었으며, 다른 나라까지 바이러스를 전파한 시발점으로 의심하고 있다. 올리비에 베랑 복지부 장관은 “이 기도회 이후 프랑스에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됐다는 걸 보여주는 정황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기도회가 열린 날부터 닷새 동안 프랑스 전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2명에 불과했다. 뮐루즈가 위치한 알자스 주에는 1명도 없었다.

그러다 2월29일 알자스 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조부모와 함께 뮐르즈 기도회에 다녀온 어린이들의 어머니로, 본인은 기도회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기도회에 참석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이틀 뒤인 3월2일 뮐루즈에서 남쪽으로 약 624㎞ 떨어진 님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남성이 기도회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기도회를 진원지로 지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당시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대규모 코로나19 발병 징후가 나타나기 전이었고, 그래서 알자스 지방 당국도 가벼운 독감 같은 증상에는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 기도회를 통해 오를레앙과 디종, 브장송 등에서 감염이 확산됐고, 스트라스부르의 한 간호사는 기도회에 다녀온 뒤 바이러스를 병원 내 전파해 250명의 집단 감염사태가 일어났다. 프랑스령 코르시카섬,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도 기도회 참가자들이 잇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역 보건당국의 한 관계자는 “올해 복음주의 교회 기도회는 뮐루즈에 떨어진 일종의 원자폭탄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뮐루즈 교회 측은 당시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위험과 관련 어떤 권고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 “교회는 모든 기본적인 보안 규정들을 철저하게 지켰다”며 자신들이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1일 현재 5만6989명의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4032명이 사망,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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