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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프랑스판 신천지’, 유럽 코로나 악몽의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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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거점’ 역할을 한 것은 기독교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현지시간) 프랑스 보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올해 2월말 프랑스 동부 뮐루즈에서 열린 기독교 복음주의 교회의 한 연례기도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시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약 2500명이 운집한 이 기도회가 프랑스 최대 집단감염 가운데 하나이자 프랑스 전역을 넘어 해외로까지 바이러스를 전파한 시발점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해당 기도회는 지난 2월 17일부터 닷새 동안 알자스주에서 열렸는데, 이때 프랑스 전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2명에 불과했다. 이후 기도회 참석자들이 곳곳으로 흩어지면서 각 지역의 ‘슈퍼전파자’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도회 관련 첫 확진자는 2월 29일 발생했다. 조부모와 함께 뮐루즈 기도회에 다녀온 어린이들의 어머니였다. 이틀 뒤인 3월 2일 뮐루즈에서 624㎞ 떨어진 프랑스 님에서 남성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남성도 기도회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보건당국은 기도회가 진원이라는 점을 깨달았으나 확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기도회를 통해 번져간 코로나19는 오를레앙, 디종, 브장송, 마송 등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곳들로 퍼져간 것으로 추적됐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한 간호사는 기도회에 다녀온 뒤 현지 병원에서 일하는 동료 간호사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기도 했다. 이후 이 지역에서 약 250명의 감염 사례가 나왔다.

프랑스령 코르시카섬에 사는 은퇴자 3명도 기도회에 다녀온 뒤 전파자가 됐다. 코로스카에서는 26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21명이 숨졌다.

기도회에서 전파되기 시작한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대륙으로까지 뻗어 나갔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유명한 목사인 마마두 카람비리와 그의 배우자가 기도회에 다녀온 뒤 이 나라의 1, 2번 확진자가 됐다.

현재 부르키나파소에서는 26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14명이 사망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의 이날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전역의 확진자는 5만7749명, 사망자는 4043명이다.

이로써 프랑스, 나아가 유럽 전역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진 정황이 설명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는 공중보건 재정이 튼튼하고 서비스 체계도 양호한 편이라 이 같은 감염병 창궐 사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지역 보건당국 관계자는 “문제의 기도회는 2월 말 뮐루즈에 떨어진 일종의 원자폭탄이었다”고 말했다.

기도회를 주최한 교회의 대변인들은 기도회가 열리던 당시에 정부가 보건 권고를 전혀 내리지 않았다며, 자신들을 감염병 창궐의 원흉으로 지목한 데 대해 분노했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종교단체 행사가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된 사례는 한국, 싱가포르, 인도, 미국, 이스라엘 등지에서도 나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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