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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몇 달째 매출 제로”…마이스산업, 눈물의 폐업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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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탄 맞은 마이스업계 / 1월 이후 국내외 행사 90% 취소 / “6월 행사도 하루아침에 계약 파기” / 통역·관광… 관련업 ‘도미노 휴업’ / 종사자 3만명 극심한 고통 호소 / “정부지원 없어 특례보증 등 시급”

세계일보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립극장이 29일 열 예정이던 '국립극장·국립극단 70주년 기념식'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국립극장 제공


“지금 5월, 6월에 예정된 행사들도 실컷 준비하다 하루아침에 취소 통보를 받아요. 이대로 가면 하반기 행사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 국제회의기획업 회사에 다니고 있는 우모(29)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행사가 단 한 건도 없다”며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업계가 위기에 빠졌다. 대규모 국제행사와 전시회 등이 전면 중단되면서 행사 주최 기관뿐 아니라 이들에게 일을 받는 디자인·장비임대·통역·관광수송 등 지원서비스업과 컨벤션센터·호텔 등 시설업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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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국마이스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 이후 현재까지 예정됐던 행사 90% 이상이 취소나 연기됐다. 전시업계도 타격이 크다. 2월 반도체산업 전시회 ‘세미콘(SEMICON)’을 시작으로 국내 최대 규모 건축자재·인테리어 산업전시회 ‘코리아빌드’,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산업전 등 대형전시회가 잇따라 취소됐다.

한국관광공사의 ‘2018 MICE 산업통계 조사·연구’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마이스 행사는 23만4144건 열렸다. 예년 기준으로 3만3300여건이 열렸어야 할 2∼3월 행사는 전부 사라진 셈이고, 앞으로 언제 개최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연간 5조4000여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마이스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소 2만8000여명으로 추정되는 마이스 종사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 행사가 1년 주기로 열리는 업계 특성상 코로나19의 영향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행사가 취소되면 선금 외에는 계약금을 아예 받지 못해 ‘매출 제로’를 호소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행사가 연기되더라도 장소 등을 처음부터 다시 섭외해야 하므로 노동력이 이중 삼중으로 들어가지만, 직원들 월급 줄 돈이 없어 문을 닫는 업체도 수두룩하다. 대규모 국제행사장으로 주로 사용되는 서울의 한 호텔 관계자 역시 “행사가 전부 취소나 연기돼 호텔이 텅텅 비었다”며 “직원들도 반강제로 휴가를 사용하며 쉬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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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밭이 일부 출입 통제되고 있다.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위해 일부 통제하고 축제를 취소했다. 연합뉴스


행사 입찰 경쟁도 치열해졌다. 일례로 매년 진행하는 서울시의 한 국제포럼은 지난해 입찰에 참여한 회사가 6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곳이 참여했다. 마이스 업계 종사자인 장모(31)씨는 “행사가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다 보니 작년에는 단일 입찰이나 무입찰 수준이었던 행사들에도 5∼10개 회사가 달라붙을 정도”라며 “평소 같으면 사업예산 규모가 작아서 입찰하지 않았을 법한 큰 업체들도 전부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마이스산업이 여행이나 숙박업 등 일반적인 관광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맞춤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김응수 한국마이스협회 회장은 “금전적인 차원에서는 과거 메르스 사태 때 2000억원 규모로 시행됐던 특례보증제도 확대가 절실하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행사가 제대로 개최될 수 있도록 방역 등 지침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회의 개최 건수 1∼2위를 다툴 정도의 한국 마이스산업이 이대로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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