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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설] 자가격리자 참정권 침해, 행정편의주의 발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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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어제 시작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민 참정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해외에서 하루 7000명씩 쏟아져 들어오는 이들의 투표가 사실상 차단된다는 점이다. 그제부터 의무적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정부는 “자가격리 위반 시 어떤 관용도 없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어제부터 귀국하는 이들은 선거일까지 외출이 불가능해 투표도 하지 못한다.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최대 10만명에 달할 수 있다. 정부는 사실상 ‘투표 불가’ 권고를 하며 엄포만 놓으니 딱한 노릇이다. 이들은 거소투표도 하지 못한다. 거소투표 신청 기한이 지난달 28일까지였기 때문이다. 일련의 정부 조치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

확진 판정을 받고 지자체 생활치료시설에 입소한 경우는 복불복이다. 일부 생활치료시설에는 임시 투표소가 설치되지만, 전국 16개 생활치료시설 모두 투표소를 설치할 수는 없다는 게 선관위 입장이다. 선관위는 “생활치료시설 일부에 임시 투표소를 추가로 세우는 것도 현행 선거법을 최대한 확대해석해 고안해낸 방법이고, 현실적으로 모든 확진 격리자를 찾아가서 투표소를 세울 수는 없다”고 했다. 형평성 논란을 야기하는 처사다. 문제가 예고된 상황에서 선관위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재외국민 투표는 그제부터 6일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미국 등 55개국 재외공관에서는 선거사무를 중단키로 해 재외투표 선거인 중 절반인 8만7000여명이 투표를 할 수 없게 됐다. 투표가 불가능해진 독일·캐나다 교민 25명은 그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변 측에 따르면 독일과 캐나다는 이동이 불가능한 국가도 아니다. ‘선거사무가 어렵다고 판단된다’는 결정이 성급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참정권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제10조가 명시한 절대적이고 포괄적인 권리다. 그런 만큼 안전과 참정권을 보장하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병원·보건소에 임시 투표소나 드라이브 스루 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선관위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국민 안전을 담보하면서도 참정권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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