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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채널A, 유시민 표적취재 논란···왜 VIK 전 대표에 접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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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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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의 법조팀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기 위해 구속수감 중인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전 대표에게 접근해 검찰 소위 간부와의 친분을 언급하며 강압적 취재를 했다는 MBC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자는 이 전 대표 측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검사장과 통화한 녹취록을 읽어줬다. 그러면서 가족은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유 이사장 의혹을 엮을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검·언 유착이 드러났다’는 주장부터 ‘본질을 벗어난 물타기’라는 반응도 나온다. 통화 당사자로 지목된 A검사장은 "보도와 관련한 얘기를 나눈 적이 없기 때문에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채널A 기자는 왜 이 전 대표에게 접근했을까. 이 전 대표가 이끌던 VIK는 한 때 바이오기업인 신라젠의 최대주주였다.



VIK, 신라젠 투자로 수백억 시세차익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이었던 신라젠은 2014년 3월 항암 치료제 ‘펙사벡’을 연구·개발하던 미국 바이오 기업 제네렉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당시 제네렉스 인수 자금 300억원은 이 전 대표가 이끌던 VIK에서 나왔다. VIK는 신라젠에 투자하며 주식 14%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으나, 2015년 이 전 대표가 금융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보유하고 있던 신라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이때 얻은 시세차익만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이 전 대표는 7000억원대의 불법 다단계 투자 사기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최근에는 복역 중에 또 600억원의 투자 사기를 주도한 행각이 드러나 1심에서 추가로 징역 2년 6월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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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8일 부산 북구 부산지식산업센터 내 신라젠 본사에 검찰이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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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신라젠은 1년 반 만에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펙사벡의 임상 시험 마지막 단계가 중단되면서 신라젠 주가는 급락했다. 15만 명에 달하는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당시 최대 주주와 임원들은 급락 직전 거액의 지분을 미리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하는 부정 거래를 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시민-이철 연결고리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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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K 측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신라젠 홍보 영상에 유시민 이사장이 등장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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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동시에 야권에서는 신라젠이 급성장한 배경에 현 여권 관계자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이사장과 이 전 대표의 관계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지지 모임인 ‘노사모’와 유 이사장이 이끌었던 국민참여당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또 VIK가 연 특강에 유 이사장이 강사로 참여하기도 했으며, 2015년 신라젠의 기술 설명회에서는 유 이사장이 직접 축사를 하기도 했다. VIK가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신라젠 홍보 영상에도 유 이사장이 등장한다.

MBC는 1일 검찰이 유 이사장을 겨냥한 것 같은 수사를 했다는 보도도 이어갔다. 이 전 대표는 MBC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달 서울남부지검 박모 검사로부터 2013년 11월 출금된 2100만원의 용도 등 본인 사건과 무관한 송금내역에 대한 질문을 7~8개 정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은 MBC에 “‘인출된 돈이 어디에 쓰였느냐’라는 걸 물어보는 거로 봐서 검찰의 수사 방향은 그 현금으로 유시민 이사장, 현 여권 정부한테 주지 않았느냐는 뉘앙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유 이사장에게 50만~60만원 선에서 강연료가 지급된 게 전부”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은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표의 자금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였으며,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유 이사장은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봐야 하겠지만 채널A 회사 차원이든 기자 개인 차원이든, 또 검찰이 기자를 활용한 것이든 아니면 기자가 검찰을 빙자한 것이든 어떤 경우든 간에 괴물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채널A는 MBC의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진상조사위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 측이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을 전했다. 그러나 수감 중인 최 전 부총리 측은 “MBC는 신라젠의 법인 등기부 등본 등 기초 사실만 확인했어도 이 전 대표의 편지 내용이 거짓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이런 확인을 전혀 하지 않고 방송을 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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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애 변호사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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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던 권경애 변호사는 MBC 보도를 겨냥해 “이 전 대표 지인의 말로 ‘검·언 유착’을 단정 짓는 것이나, 이 전 대표의 ‘최경환 투자설’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기사가 아니다”라며 “(제보자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다른 어떤 추가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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