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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국제 유가 곤두박질치는데… 국내 가격은 찔끔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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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하락 체감 못해” 볼멘소리 / 국내 수입 80% 차지하는 두바이산 원유 / 4월 첫주 배럴당 22.63달러에 거래 / 2018년 10월 이후 72.7%나 큰폭 하락 / 같은 기간 국내선 24% 내리는 데 그쳐 / 업계 “유통단계 마진 外 설명할 길 없어”

국제유가가 급전직하다. 우리 경제 입장에선 고유가도 힘들지만 저유가도 긍정적이지 않다. 지금처럼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면서 공급이 넘치고 가격이 폭락하는 구조는 정유업을 주력 수출산업으로 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이 와중에 꾸준히 드는 의문은 국내 기름값이다. 유가 폭락은 적어도 서민에겐 도움이 돼야 하지만, 좀처럼 체감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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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4월 첫째주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22.63달러에 거래됐다. 두바이유는 국내 정유사가 수입하는 원유 중 80% 이상을 차지한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의 경우 장중이지만 1일(현지시간) 19.90달러까지 빠지면서 20달러대도 무너졌다. 18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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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원인은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패권을 놓고 가격 인하와 증산을 경쟁하는 치킨게임이 벌어진 탓이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던 미국에선 최근 2주 사이 셰일 유전 59개가 가동을 중단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이면합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내 기름값은 어떨까. 3월 넷째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한 휘발유 가격은 L당 평균 1430.5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지역은 L당 1524.2원이다. “왜 우리 집 앞 주유소는 아직도 1500원씩 받느냐”는 거센 불만이 나온다. 이럴 때 정유·주유소업계에서 앵무새처럼 주장하는 내용이 있다. 이런 주장은 크게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까지 1∼2주의 시차가 있다 △주유소 기름탱크를 한 번 채우면 이를 소진할 때까지는 하락분이 반영되기 어렵다 △1000원에 달하는 세금이 기름값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게 한다 등으로 대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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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일까. 세금 비중이 큰 것은 맞다. 정유사가 원유를 국내로 들여올 때 수입부과금과 관세가 붙고 이후 교통세, 교육세, 지방주행세 등 정액 개념 유류세가 붙는다. 여기에 부가세(총액 10%)까지 추가된다. 업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두바이유가 배럴당 1달러까지 폭락한들 국내 휘발유 판매가는 L당 1011.9원이 마지노선이다. 산출 기준은 환율을 달러당 1116원(2월 평균), 내수 유통마진 122.71원(〃), 정유사 정제수익 0으로 가정했다.

그래도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두바이유 흐름을 보면 2018년 10월 첫째 주에 82.93달러를 찍고서 꾸준히 하락, 이달 첫째 주 22.63달러까지 밀렸다. 배럴당 60.3달러, 약 72.7%나 감소했다. 반면 국내 휘발유 판매가는 같은 기간 1681.12원에서 1469.10원으로 212.02원, 약 12.6% 감소했다. 세금과 유통마진을 제외해도 감소폭은 24.3%에 그친다. 결론적으로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 등락폭과 상관관계가 떨어지는 셈이다. 이는 시차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유통단계의 마진 외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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