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외국항공사 갑질에 소비자 분통... 항공권 환불 막고, 수수료 면제 안 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루프트한자·에어캐나다·싱가포르항공 등 환불 수수료 면제 안해
터키항공 등 외항사 8곳, 자동 환불 절차 막고 환불 미뤄
"환불 밀리다 항공사 도산하면 피해는 여행사·고객 몫"
국토부, 민원 제기된 외항사에 경고… "강제는 못해"

외국 항공사들이 입국 제한 조치로 취소가 불가피한 항공권에 대해 환불 접수를 중단한 데 이어 환불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고 수수료를 면제하지 않고 있다. 피해를 본 여행사와 소비자들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국토교통부에 항의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항공사를 강제할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2일 기준으로 한국에 취항한 외항사 중 독일 루프트한자그룹, 싱가포르항공, 에미레이트항공, 터키항공, 에티하드항공, 체코항공 등은 IATA의 항공예약발권시스템을 통한 자동 환불을 막아놓은 상태다. 환불 중단을 공식적으로 알리지도 않은 채 접수를 중단한 곳도 많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터키항공의 경우 환불을 중단한다는 것을 따로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막은 다음 며칠 후에야 통보했다"며 "이런 식으로 암암리에 자동 환불 접수를 걸어 잠그는 외국 항공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루프트한자 소속 여객기들이 프랑크푸르트 공항 활주로에 줄을 지어 계류돼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상 항공사들은 IATA 시스템을 통해 5일마다(월 5~6회) 항공권 판매 대행사로부터 대금을 받거나 환불액을 돌려준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항공사들이 자금난에 처하면서 지난달 중순부터 일방적으로 자동 환불 접수를 중단하고 나선 외항사들이 속출했다.

휴업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한 경우도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환불을 미루고 있는 베트남항공 한국지사는 "직원 전원이 모두 휴직에 들어가 환불을 처리할 인력이 없어 환불액 지급 날짜를 미루게 됐다"고 밝혔다.

외항사들이 잇따라 자동 환불 접수를 중단하자 여행사는 수동 문서 작성 방식 등 고육책을 이용해 환불을 신청하고 있다. 수동 방식은 항공사들이 환불 신청 건에 대해 일일히 승인을 해줄 때만 환불이 진행된다. 항공사가 승인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환불은 무기한 지연되는 셈이다.

홍사운 한국여행업협회(KATA) 항공협력국장은 "일견 외항사들이 환불 창구를 열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환불을 최대한 미루면서 자금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며 "환불을 무한정 미루다가 항공사가 도산하면 결국 여행사와 고객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행사들은 환불 지연보다 환불 수수료 면제를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기준 루프트한자그룹, 싱가포르항공, 에어캐나다,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등은 여전히 환불 수수료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를 비롯해 캐나다, 아랍에미레이트, 유럽 대다수 국가가 한국인 등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데도 이들 국적 외항사는 여전히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비즈

지난달 5일 썰렁한 모습을 보이는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항공사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외국 항공사들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환불은 제때 해주지 않으면서 환불 수수료는 받으려는 외항사가 많아 고객들의 불만이 폭증해 여행사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ATA를 비롯한 각국 세계여행업협회는 환불 지연과 수수료 징수에 대해 각 항공사와 IATA에 공식 항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외항사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할 경우 이에 대응할 명확한 보상책이 없어 당장 개선책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KATA를 통해 꾸준히 외항사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항공 업황이 최악을 맞아 손을 쓸 방도가 없다는 말만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 당국도 불공정한 규정으로 피해를 야기한 외국 항공사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신윤근 국토교통부 국제항공과장은 "베트남항공 등 민원이 제기된 항공사에는 공문 등을 통해 개선을 요구하는 경고를 전달하고 있다"며 "국토부는 항공사들의 전체적인 관리 감독을 맡으면서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세부적인 피해 구제 등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서 사안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