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으로 본 서울
최열 지음, 혜화1117 펴냄
위풍당당한 산 아래로 들꽃이 만발한 양 곱다. 꽃인 줄 알고 들여다보니 집들이다. 어디인고 하니 서울이다. 지금의 남산 기슭 어딘가쯤에서 한양 도성 일대를 한 눈에 바라본 이 작품은 19세기 신감각파의 거장 북산 김수철(1820~1888 추정)이 그렸다고 전하는 ‘한양 전경도’다.
폭 139.9㎝의 대작인 이 그림은 절반 위쪽은 산악, 아래에는 도시를 배치해 지금의 서울 모습과 흡사하다. 가운데 우뚝 솟은 백악산을 중심으로 왼쪽은 인왕산과 안산, 오른쪽은 삼각산과 도봉산에 나즈막한 응봉이 펼쳐진다. “백악산은 우백호와 좌청룡을 거느린 채 복판에서 이곳 한양 산천의 주인임을 뽐내며 도성을 호령한다.” 산 둘레를 에워싼 성곽은 일부러 그리지 않은 모양이다. 산 아래 궁궐도 생략했지만 왕이 머무는 곳인 창덕궁 전각만 이층으로, 제대로 그렸다. 그 조금 아래로 국보 제2호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원래 자리에 본래 모습으로 삐죽이 솟아있다. 시내 복판을 가로질러 옆으로 길게 흐르는 지금의 청계천이 은은하다. 집이 빽빽한 것은 도시가 발달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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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미술사학자 최열의 새 책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은 표지 그림부터 서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책은 ‘서울을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이라는 부제처럼 태조 이성계가 1394년 햇볕 드는 큰 땅이라는 뜻의 한양을 도읍을 정한 후 거의 모든 서울 그림을 그러 모았고 촘촘히 파고들었다. 일본 개인이 소장한 16세기 작자 미상의 ‘한강에서 도성을 보다’를 시작으로 19세기 화가 심전 안중식에 이르기까지 화가 41명의 125점 그림이 수록됐다.
선비의 눈길을 황홀경으로 이끈 삼각산, 다섯 명이나 되는 화가들이 앞다퉈 그린 명승지 백악, 겸재의 그림을 따라가 만나는 경복궁과 숭례문 등 도시 곳곳을 걷고 광나루·흑석나루·노량진을 거쳐 행주산성까지 한강을 그림으로 훑는다. 왕조의 심장부였던 창덕궁, 사연 많은 혜화문, 푸르른 남산과 용산나루 부근의 굴곡진 역사는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림 한 점을 꺼내들 때마다 ‘조선왕조실록’ ‘동국여지승람’ ‘연려실기술’ ‘한경지략’ ‘택리지’ 등 방대한 문헌이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저자는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매체는 그림과 사진, 두 가지인데 20세기의 기억인 사진은 침략자의 시선, 수탈의 현장으로 가득한 비극이었다”면서 “반면 조선시대 회화사를 살펴 한양을 그린 옛 그림을 차례대로 만나면서 그제야 환희를 맛보고 실로 감탄했다”고 말했다. 책을 위한 연구와 집필에만 20년이 걸렸다. 3만7,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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