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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0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내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사에서 2018년 수백억 원대 배임·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주범 B씨(50)는 회사 측에서 고소당한 뒤 부선을 타고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던 중 지난해 4월 해경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3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B씨는 1조원 이상 투자자 손실을 낸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배 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라임 전주'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에 투자된 라임의 투자금 등 총 517억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를 받고 있다. 지난해 수원여객에서 발생한 거액의 횡령사건에도 연루돼 있는 김 전 회장은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 1월 잠적했다. A사에서 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B씨는 '차이나블루'라는 기업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차이나블루는 한때 스타모빌리티의 최대주주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각 기업의 법인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A사는 대기업 협력업체로 2016년 영업이익 78억원 흑자를 낼 정도로 양호한 회사였다. 하지만 2017년 7월 기존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2017년 3분기 A사는 27억원을 투자해 '에이치제이피'라는 신생 기업 지분 100% 사들였다. 에이치제이피는 2017년 8월 설립된 투자 컨설팅사로 2018년 매출이 400만원에 불과하다. 2017년 11월 에이치제이피는 '라움코퍼레이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라움코퍼레이션 역시 2017년 10월에 세워진 투자 컨설팅사다. 라움코퍼레이션은 2017년 11월 '차이나블루'라는 또 다른 회사 주식 100%를 인수했다. 차이나블루는 2018년 1월 CB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스타모빌리티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리고 2018년 12월 A사에 배임·횡령을 저지른 B씨가 차이나블루의 사내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라움코퍼레이션과 차이나블루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0원이다.
A사와 김 전 회장이 관여된 회사들 간 석연치 않은 거래도 있다. A사는 2017년 스타모빌리티 CB를 68억원에 인수한 뒤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6억원가량 손실을 냈다. 김 전 회장이 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또 다른 건설회사의 CB 8억원어치를 취득하기도 했다. 매출도 없는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A사가 에이치제이피에 빌려준 돈은 약 84억원이다. 또 A사는 라움코퍼레이션에 72억원을 빌려줬다. 수상한 투자와 자금 거래가 이뤄지는 와중에 대규모 배임·횡령 사고까지 터지면서 2014년 130억원에 이르렀던 A사 영업이익은 2018년 47억원의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A사는 지난해 9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최근 SM그룹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부활을 노리고 있다.
2년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동안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소액투자자들이다. 2018년 9월 대규모 배임·횡령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공시된 이후 지금까지 A사 주식은 거래가 정지됐다. 이에 2018년 10월 A사 소액주주단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페이퍼컴퍼니로 회사를 장악한 일당이 사내 이사를 모두 자기들 사람으로 장악하고 자금 대여,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A사 외에도 김 전 회장 측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상장사의 피해 사례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과 라임자산운용 또는 라임과 밀접한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라움자산운용 등이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에 피해를 입혔는지 밝혀내는 데 검찰의 수사가 집중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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