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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피해 큰 자영업자·재작년 건보료 기준… 맞벌이는 보육부담 커졌는데 못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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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 방식 형평성 논란 가중 / ‘코로나 특수’ 마스크업체는 받을 수도 / 실직·무급휴직자 중 탈락자들도 ‘울상’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혼자 원룸에 사는 직장인 A(40)씨는 3일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을 들은 뒤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후 월급으로 300여만원 받아봐야 매달 월세와 관리비, 교통비, 통신료, 보험료, 생활비 등을 제하면 남는 것도 없는데 건보료를 10여만원 낸다고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게 납득이 안 간다는 것이다. 그는 “중산층도 아니고 당연히 소득 하위 70%에 들어 지원금을 받을 줄 알았는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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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료만으로 소득 하위 70%와 상위 30%를 일률적으로 나누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이번 사태로 실직을 했거나 보육 부담이 커진 맞벌이·다자녀 가구 중에서도 지원대상이 안 되거나 거주지에 따라 받는 액수가 달라 뒷말이 무성하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의 건강보험료 중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은 현재의 소득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건보료 납부액은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소득에 따라 매긴다. 100인 이상 사업장은 전월 소득자료에 기반해 산정하지만 100인 미만 사업장은 지난해 소득자료에 따라 매긴다. 코로나19 이후 무급휴직돼 월급을 받지 못하더라도 지원금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초·중·고생 자녀 세 명을 키우는 직장인 B(48)씨는 “지난달 낸 건보료 17만원과 아내가 낸 건보료를 합치면 (5인 가구 지원금 지급 기준선인) 29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생활비가 드는데 지원금을 못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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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가방 가게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우는 더 딱하다. 이들이 주로 속해 있는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 기준점은 2018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최근 소득이 크게 줄었어도 재작년 소득이 많으면 원칙적으로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마스크 제조·판매업체처럼 과거에는 매출이 신통치 않다가 코로나19 사태로 특수를 누린 일부 업종 관계자는 오히려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소득 하위 70% 언저리에 있으나 받지 못하는 ‘경계인’들이나 광역·기초지자체별로 현금성 지원 여부와 규모가 제각각이다보니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은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료가 주된 기준이 되면서 고액자산가들이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하위 70% 경계선상에 있는 이들의 소득이 원래는 포함되지 않지만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해 그것을 증명할 경우에는 그 소득 감소분을 확인해 하위 70%선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맞벌이 가구에 대해서도 최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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