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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 논란 해명 나선 주한미군… "즐겨먹어서 썼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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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역대 주한미군사령관 중 제일 다루기 어려워

세계일보

주한미군이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김칫국’ 트윗 논란에 해명을 내놨다. 이번에는 김치를 즐겨먹어 관련한 용어를 썼다는 내용이다.

주한미군은 3일 “그의 트윗은 순수한(악의가 없는) 것”이라며 “특히 그가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김치를 즐겨먹기 때문에, (그의 트윗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또 “에이브럼스 장군은 대한민국 정부나 합참, 그리고 연합사와의 회의나 대화 시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어 구문과 은유들을 매주 배우고 있다”며 “이는 그의 통역관이 번역시에 놓칠 수 있는 미국의 구문을 사용하는 대신에 한국 문화 범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사한 표현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그대로 수용하면 김칫국 트윗은 단순 ‘해프닝’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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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11월 7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콜리어필드 체육관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 41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전날인 2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김칫국 마시다’ 글귀가 적힌 사진을 리트윗했다. 사진에는 ‘김칫국 마시다’(to drink kimchi broth)의 사전적 의미와, ‘알이 부화하기 전 닭을 세다’(to count one's chickens before they hatch)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 담겼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오늘 부화하기 전 닭을 세지 말라는 것이 때가 될 때까지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것을 배웠다”며 “그런 취지의 말”이라고 트윗했다.

이같은 트윗은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타결이 임박했다는 내용을 알린 한국 정부를 조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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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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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 트위터 캡처


지난 1일 한국 정부 관계자가 잠정 타결까지 거론했는데, 결국 협상이 어긋나자 우리 정부가 먼저 ‘김칫국을 마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 때문이다. 참고로 1일 오전만 해도 청와대나 외교부의 기류는 합의 쪽에 무게가 쏠렸다. 반면 미국은 달랐다. 에이브럼스의 ‘김칫국’ 트윗 역시 그런 미 정부의 불만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윗 이후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트위터 계정에는 ‘한국을 조롱하는 건가’, ‘한국인들을 화나게 하지 마시오’라는 등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악의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SMA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주한미군은 지난 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강행 카드를 꺼냈다. 그동안 주한미군은 여러차례 보도자료를 내며 협상 타결과 분담금 증액을 공개 압박했다. 그 중심에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있었다. 한미동맹보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그는 지난해 유엔사에 별도 사전통보 없이 비무장지대(DMZ)를 출입했던 한국군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유엔사가 한국군의 DMZ 출입 과정을 문제 삼은 건 이례적인 것으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에는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소미아가 없으면 우리(한·미·일)가 그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그해 10월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는 미국 출장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하기도 했다.

용산 미군기지에 있던 한미연합사의 국방부 영내 이전을 무산시킨 것도 그다. 주한미군사령관 취임 직후였다. 한미연합사 국방부 영내 이전은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했던 내용이었다.

앞서 2018년 9월 미상원 인준청문회에서는 9·19평양공동선언의 군사분야 부속합의서에 포함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철수에 대해 제동을 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 사령관과 유엔사령부 사령관을 겸한다. 그는 “남북이 대화를 지속할 수는 있지만 DMZ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은 유엔사의 관할 아래에 있다.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사에 의해 중개 및 판단되며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김칫국은 단순 해프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김치 사랑’이 각별한데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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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사진을 올려 한식을 예찬한 에이브럼스 사령관


◆SNS에 사진을 올려 한식을 예찬한 에이브럼스 사령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해 6월 15일에는 자신의 SNS에 팀원들과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는 ‘한국의 바비큐 파티는 최고다’, ‘김치없이 밥먹는 날은 햇볕없는 날과 똑같다’라고 적었다.

지난 1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4000여 명의 무급휴직을 발표하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가슴이 아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외교 소식통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한국어의 ‘김칫국’에 담긴 부정적 뉘앙스까지는 몰랐을 수 있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뼛속까지 군인’으로 통한다. 그는 6·25전쟁 당시 미 1군단과 9군단에서 참모장교로 근무한 부친 크레이튼 에이브럼스 전 미 육군참모총장의 3남이다. 미군의 주력 탱크인 M1 에이브럼스 전차도 그의 부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대장 출신인 아버지를 비롯해 첫째 형은 준장, 둘째 형은 대장으로 예편했다. 가문에 별이 무려 13개에 달한다.

강경 대외노선을 강조하는 미국 신보수주의자 그룹, 네오콘(neo-conservatives)에 그가 속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것이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인권담당 국무부 차관보를,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매파 성향 보수 인사다. 또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중동 특별고문을 맡았을 당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적극 지지한 바도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전형적인 무골로 뻣뻣하고 고집이 세다. 아마도 역대 주한미군사령관 가운데 제일 다루기 어려운 인물 중 하나일 수 있다”면서 “아마도 정치적으로 현정권과는 코드가 맞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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