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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무튼, 주말] 확진자 면하려다 '확 찐 자'… 10명 중 4명이 체중 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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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두 달 4010명 설문조사

조선일보

일러스트=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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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찐, 확 찐, 확 찐….

두 달 넘게 이어진 코로나 사태가 이런 판정을 양산하고 있다. 확진(確診)이 아니고 '확 찐'이다. 판정은 집에 있는 체중계가 한다. 이 저울에 올라가 숫자와 직면하기란 살 떨리는 일이다. 내려올 때마다 사람들은 궁금하다. '나만 이렇게 살이 찐 거야?'

'아무튼, 주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인의 몸무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가늠해보기로 했다. SM C&C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설문조사를 의뢰했고 지난 30일 20~50대 남녀 4010명이 답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먼저 좋은 소식. 당신만 찐 게 아니다! 그리고 나쁜 소식. 장차 더 찔 가능성이 높다.

남녀 차이가 크다

코로나 사태 두 달 동안 몸무게가 달라졌는지부터 물었다. 1718명(43%)은 '체중이 늘었다'고 답했다. '변화없다'는 39%, '체중이 줄었다'는 18%로 조사됐다. 몸무게가 늘었다는 응답은 남성(36%)보다 여성(47%)에서 높았다. 특히 40대 여성은 과반인 51%가 '체중이 늘었다'고 했다. 반면 '체중이 줄었다'는 응답은 20대 남성(26%)에서 가장 높았다.

체중이 늘었다고 답한 1718명은 대체 얼마나 살이 붙었을까. '1~2㎏'이라는 응답이 42%로 으뜸이었다. 이어서 '0.5~1㎏'이 21%, '2~3㎏'이 17%, '3㎏ 이상'이 15% 순으로 조사됐다. 30대 남성은 '3㎏ 이상 늘었다'가 19%, '2~3㎏ 늘었다'가 27%를 차지해 코로나 이후 군살이 가장 많이 붙은 그룹으로 확인됐다.

많이 먹었거나 운동량이 줄었거나. 몸무게가 늘어나는 까닭은 대체로 이 두 가지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이 헝클어진 코로나 시대다. 갑남을녀는 지난 두 달 사이 체중 증가 원인으로 무엇을 지목할까. 이 문항은 복수 응답이 가능했다. 응답자들은 '주말에도 집안에 있어 활동량이 줄었다'(46%), 'TV시청 증가로 활동량이 줄었다'(40%)를 1~2위로 꼽았다. 이어서 '운동 중단'(33%),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33%), '재택근무로 활동량 감소'(20%) 순이었다. 세부적으로는 30대 여성의 53%, 20대 여성의 52%가 '주말 집콕'을 원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회식이나 술자리는 뜸해졌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배달 음식을 포함해 식료품비 지출에 변화가 있는지도 물었다. 응답자 중 18%는 '매우 늘었다', 39%는 '조금 늘었다'고 답했다. '변화없다'는 28%였다. '매우 늘었다'는 응답은 여성이 20%, 남성이 14%로 좀 차이가 있었다. 외식이 줄고 집밥이 늘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성이 장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체감도가 다르다.

코로나 비만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여성은 40%, 남성은 33%가 '그렇다'고 했다. 반면 '아니다'라는 응답은 여성이 31%, 남성이 44%였다. 틸리언은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연령보다 남녀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며 "체중 변화와 식료품비 지출에 남성보다 여성이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빅데이터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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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찐 자'는 코로나 공포로 외부 활동이 줄어 살이 급격하게 찐 사람을 가리킨다. 충북 청주에서는 지난달 한 공무원이 여러 사람 앞에서 하급 직원을 볼펜으로 찌르며 '확 찐 자'라고 표현했다가 고소당했다. 외모 비하 발언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는 "요즘 집에서 놀고먹어 진짜 확 쪘다"가 공감을 많이 받았다.

'코로나 비만'은 코로나와 싸우다 생긴 부산물이다. 운동은커녕 활동량도 감소하는데 집에서 먹는 양은 여간해선 줄어들지 않는다. 이 유행병이 진정되면 서점과 헬스클럽은 '코로나 비만 퇴치법'으로 손님을 끌 것이다.

직장인 최모(여·42)씨는 "두 달에 2㎏ 쪘다면 선방한 것"이라며 "나는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서 좋을 것도 없다면서 덧붙였다. "외근이 확 줄었다. 사무실에서도 화장실 출입 말고는 의자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주말에도 유튜브를 보거나 예능, 주식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먹고 누워 있다 먹고 누워 있다 한다(웃음)."

한국인은 과연 지난 두 달 사이 활동량이 얼마나 줄어든 것일까. 응답자들의 정직한 고백에 호소해야 하는 설문조사와 달리 스마트폰은 정답을 알고 있었다. 예컨대 삼성헬스(Samsung Health)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내장된 건강관리 맞춤형 서비스다. 날마다 주인님의 활동시간과 걸음 수를 기록한다. 일요일마다 주간 분석도 빼먹지 않는다.

이 빅데이터에 따르면 남성 사용자 기준으로 지난 2월 23~29일에는 하루 평균 활동시간이 50분, 걸음은 5062보였다. 국내에서 코로나 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고 맞은 첫 주였다. 3월 15~21일 이 수치는 각각 45분, 4547보로 줄었다. 정부가 3월 22일부터 2주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자 더 큰 변화가 일어났다. 3월 22~28일 하루 평균 활동시간은 36분, 걸음은 3697보. 코로나가 지난 한 달 사이에 한국 남성의 활동시간을 하루에 14분, 걸음은 1365보나 박탈한 셈이다.

어떻게 감량하나

지난 일요일(3월 29일) 서울 한강변은 2m 간격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북적였다. 돗자리 깔고 앉아 봄날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았다. 경기도 고양 호수공원에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외출한 김모(43)씨는 "먹고 TV 보고 누운 채 주말 보내기의 끝판왕이 된 것 같아 박차고 나왔는데 상쾌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돈키호테에게 산초라는 시종이 있다면 코로나는 비만을 데리고 다닌다. 1~2㎏씩 붙은 군살, 내버려두면 더 찔 텐데 어떡하나. 헬스클럽은 문을 닫았다. 홈트레이닝이 있다지만 작심삼일이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생각해 집에만 머문다면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고개를 더 떨굴 게 뻔하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기는 겁이 난다. '확 찐 자'를 위한 감량법은 뭘까.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덕철 교수는 "요즘처럼 볕도 좋고 바람도 부는 날에는 야외에서 빨리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하는 게 좋다"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불특정 다수가 스쳐 지나가면서 옮거나 공기로 감염되는 게 아니다. 야외 활동량을 늘리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고 대사 기능이 좋아져 살을 뺄 수 있다"고 말했다.

움직이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 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우울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폭식과 혼술, 체중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부를 수도 있다. 이덕철 교수는 "정부가 당부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밀폐되고 붐비는 장소에 가지 말라는 뜻이지, 야외 운동과는 무관하다"며 "햇볕을 쬐면 비타민D를 얻어 면역력이 높아지고 '마음 환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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