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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MT리포트]이제 '간편'하게 먹자…길어지는 '끼니 전쟁'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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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오정은 기자, 이영민 기자] [편집자주] 전례없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며 산업지형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가정의 식탁도 예외는 아니다. 아빠의 장기 재택근무와 아이들의 개학 연기에 주부들은 매일 삼시세끼 준비라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가정간편식(HMR)이 주부들의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며 엄마손맛을 대신하고 있다. 혼밥의 대명사에서 식탁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HMR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코로나19발 식탁의 변화, 가정간편식(HMR)의 재발견] (종합)


'삼시세끼 전쟁' 20년차 주부도 인정…"내 손맛보다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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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둔 20년차 주부 김 모씨는 개학이 한달 이상 연기된데 이어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다는 얘기에 한숨이 나온다. 4개월째 삼시세끼를 차려내야 할 판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사재기 분위기에 처음 사 본 즉석밥과 즉석국, 찌개 제품이 그래도 위안이다. 반신반의하며 구매했지만 생각보다 맛과 품질이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2-3일에 한 끼 정도는 '간편식' 상차림을 내놓으며 수고를 덜었다.

최근 코로나19(COVID-19)로 자가격리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보건소가 보내준 생필품들에는 즉석밥, 컵밥, 즉석 찌개·국, 즉석죽, 반찬 등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 제품이 담겨있었다. 인증샷을 본 사람들은 '식사'를 챙겨주는 정부를 하나같이 칭찬했다.

◆ 길어진 '집콕'…처음 접한 간편식 품질에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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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개학 연기 기간이 길어지는 등 '집콕'생활이 장기화되면서 간편식으로 식사를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업체의 간편식 제품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두 배 가까이 판매량이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은 2~3월 출고량이 평월대비 10%가량 증가했다. 핫도그, 튀김류 등 간식류 제품은 50% 늘었고 밀키트 '쿡킷'은 매출이 전월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대상은 2~3월 간편식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2%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냉동밥과 국탕찌개류가 47%, 36% 성장했다. 풀무원도 2월 냉동밥 매출이 12월 대비 45%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처음으로 간편식 제품을 이용해 본 고객들이 늘어났다. CJ제일제당이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 확산됐던 지난 2월말 진행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2월 마지막주 즉석밥, 국탕찌개 등 간편식 제품을 구입한 응답자 가운데 첫 구입은 2.7%, 4.1%로 나타났다. 가구수로 추정할 경우 약 26만6000가구와 41만가구가 즉석밥이나 국탕찌개를 처음 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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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골·생선구이까지…수천억원 투자 HMR, 준비된 '맛·품질' 빛본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 기술 발달로 간편식의 품질은 높아졌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은 '엄마 손 맛보다 못한' '부실한 한 끼' 정도의 인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처음 간편식을 접해 본 주부들이 좋은 반응을 나타내면서 재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시장확장의 준비를 갖춰온 간편식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기회를 잡은 셈이다. 간편식의 부상은 결코 우연만은 아닌 것이다.

대형 식품업체들은 생산설비 투자와 함께 다양한 부문의 간편식 제품을 신규 개발하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국, 탕, 찌개나 수산 메뉴류, 간식류까지 제품군이 크게 확대됐고 외식 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까지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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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 꾸준히 성장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간편식 시장규모는 3조2000억원 수준이며 지난해는 4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2022년에는 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같은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라면, 간편식, 캔류 제품을 비축하려는 소비가 몰렸다가 점차 진정화 되는 흐름을 보이겠지만 간편식의 경우 신규 유입을 통한 취식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비성향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은령·오정은·이영민 기자


5조원 시장 잡아라…식품·외식업계 "본선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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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식품업체는 물론 외식업체까지 앞다퉈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식품업체는 시장 선점을 위해 수천억을 투자하고 외식업체도 대표 메뉴를 간편식 제품으로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고 있다.

◆ 국내 HMR시장, 5년 동안 82% 성장…2022년 5조 넘는다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간편식 출하액은 2013년 2조841억원에서 2017년 3조7909억원으로 5년 동안 약 81.9% 증가했다. 연구원은 간편식 시장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즉석섭취·편의점식품류 간편식 제품의 2022년 출하액이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식품업체들도 간편식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간편식 시장 선두에 있는 CJ제일제당은 늘어난 간편식 수요에 맞춰 2018년 진천식품통합생산기지를 세우고 2020년까지 54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생산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는 833억원을 투자한 '스마트푸드센터'를 본격 가동하고 식품제조사업에 나섰다. 롯데푸드도 930억원을 들여 내년 4월말을 목표로 경북 김천시에 신규 간편식 생산라인 증설하고 있다. SPC삼립도 지난해 간편식 설비 확충에 1000억원을 들이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 외식업체부터 편의점까지…너도나도 HMR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체들은 간편식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계절밥상은 매장 인기 메뉴 6종을 간편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교촌에프앤비,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등도 간편식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간편식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도 직접 간편식 제품 기획·제작에 나섰다. GS25는 자체브랜드(PB) '유어스' 라인업을 강화해 100여개 상품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세계푸드, 풀무원 등 식품업체와 협업 제품을 내놓는 등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도 올해 간편식 강화를 위해 설립 중인 중앙집중조리시스템 센트럴키친을 가동해 실적 개선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방송프로그램 '편스토랑'과 협업한 PB 상품 등으로 간편식 제품 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영민 기자


"미슐랭 요리를 집에서" 멘보샤·감바스 5분 만에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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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지의 HMR 밀키트 자료사진. (왼쪽) 감바스 알 아히요 (오른쪽) 밀푀유 나베/사진=프레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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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집에 초대했는데 명란파스타, 블랙라벨 스테이크, 감바스까지 모두 가정간편식(HMR)으로 쉽게 차려냈어요. 조리도 간편하고 맛있어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못지 않네요. "

'3분 카레'에서 출발한 가정간편식이 집에서 조리하기 까다로운 인삼 장어탕에서 스페인 가정식까지 무한 진화하고 있다. 북어국·미역국·육개장 등 즉석국에 그쳤던 간편식의 영역은 이제 블루리본 레스토랑을 통째로 집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 "요리할 줄 몰라도" 감바스·빠네파스타 '뚝딱’

마켓컬리와 쿠팡의 신석식품 새벽배송 경쟁이 격화되면서 최근 밀키트(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으로 구성된 반조리 세트)의 영역 확장은 양식에서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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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리 쉐프 박스 밀키트 '올라 파히타' 자료 사진/사진=애슐리 쉐프박스




샐러드는 물론이고 스페인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던 감바스(새우와 마늘을 올리브오일에 넣어 만드는 스페인 요리)를 비롯해 빠네 파스타(커다란 빵 속에 파스타와 소스를 넣은 스파게티), 로제·투움바 파스타 등 온갖 종류의 스파게티, 스테이크 세트(소고기에 소스, 곁들임 채소)가 모두 밀키트 형태로 출시됐다. 약 5분~10분 정도의 단시간 조리로 레스토랑 못지 않은 상차림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식과 중식의 간편식 업그레이드도 계속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국물요리는 2016년 첫해 비비고 육개장과 두부김치찌개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추어탕, 반계탕에 이어 순댓국, 감자탕, 콩비지찌개까지 확대됐다.

밀키트에서는 밀푀유 나베, 알탕, 감자수제비, 들깨 백순대볶음, 소고기 육전, 샤브샤브 등 대부분의 외식 메뉴가 간편식으로 상품화됐다. 중식에서도 소고기 고추잡채 꽃빵, 마파두부, 해물 누룽지탕, 양장피에서 멘보샤까지 밀키트로 출시되지 않은 메뉴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우·유기농 등 식재료 품질 따져 프리미엄화

대중화에 성공한 간편식은 차별화된 식재료와 원산지 표시로 프리미엄화를 추구하고 있다. 유기농 쌀, 무농약 채소, 국산 소고기(한우) 등 믿을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간편식은 가격대가 있어도 인기가 높다. 유명 맛집이나 쉐프를 브랜드화한 제품 출시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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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의 비비고 감자탕/사진=CJ제일제당




최근 풀무원 올가홀푸드는 프리미엄 간편식에 친환경 컨셉을 더해 유기농 즉석국밥 등을 출시했다. 간편식이 원래 추구하던 가성비가 아니라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에 균형 있는 영양 설계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이마트는 미슐랭 중식당의 멘보샤를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를 통해 출시했다. 올해 3월 셰프스 테이블(Chef’s Table)도 유명 이자카야 이치에의 '멘치카츠', '닭고기 고로케'와 유명 양식 레스토랑 있을재의 티라미수를 마켓컬리에서 선보였다. 유명 레스토랑과 셰프의 브랜드 네임을 건 간편식 출시로 가정간편식 시장 저변은 더 확장될 전망이다.

오정은 기자


판 바뀌는 간편식, 키포인트는 '배송'과 '식품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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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7년 '잇츠온'이라는 브랜드의 밀키트(반조리 간편식) 제품을 출시하며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대형 종합식품업체들도 밀키트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전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움직이는 콜드체인'인 1만1000여명의 프레시매니저(야쿠르트 아줌마)가 신선한 제품을 직접 배송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정간편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의 경쟁력은 '배송'과 '품질'에서 갈리게 될 전망이다. 온라인을 통해 식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늘어난데다 냉장, 냉동식품이 많은 간편식 특성상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가정간편식으로 꼽히는 밀키트의 경우 신선 식자재를 반조리 상태로 배송하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관건이다. 채소, 육류, 수산물 등이 손질, 진공포장 한 상태로 소비자에게 온라인을 통해 판매, 배송되는 구조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쿡킷'으로 밀키트 시장에 진출한 CJ제일제당은 CJ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식자재를 취급하는 CJ프레시웨이가 산지에서부터 농산물 등 전처리를 맡고 CJ제일제당이 제품 기획과 생산을 하면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새벽배송으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구조다. '집밥' 콘셉트의 프리미엄 간편식을 표방하는 동원홈푸드의 더반찬도 지난해 새벽배송을 강화하는 등 배송 투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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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쿠팡 로켓프레시나 쓱닷컴의 새벽배송, 마켓컬리 등 식품 전문 새벽배송 업체가 증가하면서 자체 배송망이 없어도 간편식을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은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냉장, 냉동 유통 기술력이 발달했지만 온라인 판매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품질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따라 간편식 업체들도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변질을 방지할 수 있고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선 제품 수준의 상온 보존 기술이나 급속 냉동을 통해 신선도를 높인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가정간편식이나 온라인 거래 식품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로 배달, 온라인 식품 배송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업체 3237곳을 점검한 바 있다. 아울러 밀키트의 경우도 식품 유형으로 새롭게 지정해 성장을 지원하고 관리, 감독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냉장, 냉동 식품류가 크게 늘면서 변질 등 식품 안전문제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냉장, 냉동 밸류체인을 확립하고 물류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안전한 품질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령·이영민 기자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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