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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외환·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파장 비교] 외환위기 땐 코스피 7개월새 56% 폭락 - 코로나, 두달새 35% 뚝…바닥 장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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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연일 널뛰기다.

5~10% 빠졌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한다. 미국 다우지수도 마찬가지다. 매일 10% 등락을 거듭하던 다우지수는 3월 24일(현지 시간) 1933년 이후 최대 상승폭(11.37%)을 기록했다. 오죽하면 “요즘 다우지수가 비트코인만도 못한 잡주(?)가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과거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본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수를 대비해야 한다. 앞서 두 차례 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비교·분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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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제위기가 덮칠 때마다 한국 증시는 요동쳤다. 사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위)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찍은 시기(아래).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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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위기 원인은

▷구조적 문제 vs 실물경제 강타

공통적으로 세 위기는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외환위기는 오랫동안 쌓여왔던 한국 내부 부실과 신흥국 경제위기가 겹쳐 발생했다. 한국 경제는 1996년에 이미 역대 최대 경상 적자를 기록하며 막대한 빚에 허덕였다. 1997년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무리한 투자를 진행하던 기업이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동남아시아 경제위기는 기름을 들이부었다. 아시아 경제에 불안을 느낀 외국 자본이 아시아 국가들에 투자한 돈을 빠르게 회수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7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동안 19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급격한 자본 유출은 금융위기를 가속화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고금리·저환율로 수출 둔화라는 국내 문제에 리먼 사태라는 대형 악재가 덮친 결과였다. 고금리와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둔화하며 2008년 1~3분기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 시장에 의문을 품은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르게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급격한 외환 유출로 한국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코로나19 위기는 전염병 영향으로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주저앉으면서 시작됐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경제활동 자체가 멈췄다. 소비는 줄고 생산은 차질을 빚었다. 유통업체는 매출이 ‘0’으로 수렴했고 제조업체는 ‘셧다운’에 걸려 생산을 중단했다. 실물경제가 먼저 타격을 입었고 이는 금융으로 번지고 있다.

“외환위기는 한국의 여러 은행과 기업의 비효율성 문제가 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위기는 전염병이란 돌발 변수로 내수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출에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정리했다.

규모의 관점에서 보면 세 위기는 원인이 각각 다르다.

외환위기는 아시아 신흥국에 한정된 국지적인 이슈였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이 타격을 입었지만 글로벌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는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위기를 맞이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 환투기 세력 주요 목표가 아시아 신흥국이었다. 따라서 위기 자체는 신흥국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일어났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는 전 세계가 한 번에 흔들린 전체적인 위기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실 원인도 다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에서 실물로 위기가 옮겨간 경우다. 외환위기 때는 외화 부족과 기업부채가 발목을 잡았다. 2008년 역시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아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모두 금융시장 위기가 실물로 전이됐지만 코로나19 위기는 다르다”며 “전염병 때문에 실물경제에 문제가 생겼다. 생산을 못하고 수요가 줄어 늘어난 부실이 금융으로 옮겨붙어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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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위기 모두 외화 유동성이 문제였다. 해외 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하자 한국 경제는 빠르게 무너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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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위기 충격은 컸다

▷주가 50% 하락·환율 2배 상승

‘지금 당장 한국을 떠나라’.

1997년 12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 한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 제목이다.

충격은 컸다. 1997년 10월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부각되기 시작했을 때 코스피지수는 646.09였다. 이후 주가는 급격히 내리막을 탔다. 저점을 찍은 것은 1998년 6월 16일. 코스피지수는 277.37까지 떨어졌다. 하락폭은 1997년 10월과 비교해 무려 56%.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48%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어땠을까.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하기 직전인 2007년 11월 코스피지수는 2085.45까지 치솟았다. 버블닷컴 붕괴를 극복했던 2000년대 초중반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가장 활황이었던 시기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점은 2008년 10월 27일. 코스피지수는 892.16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약 57% 하락했다. 코스닥 하락폭은 더 컸다. 2007년 11월 800대를 유지했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245.06으로 떨어졌다. 하락률은 70%에 육박한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가는 바닥을 찍은 후 다시 두 번의 굴곡을 겪고서야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로 위기가 촉발된 이번 사태 때도 코스피지수는 등락폭이 심하다. 코로나19가 부각되기 전 코스피지수는 2100~2200대를 횡보했다. 올해 1월 22일에는 2267.25로 고점을 찍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3월 19일 한때 1457.64로 하락했다. 이 기간 하락률은 35.7%. 이후 살짝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20~30% 떨어진 상황이다. 만약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외환위기, 금융위기와 맞먹을 정도로 충격이 커진다면 추가적으로 30% 가까이 하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환율은 어떨까.

외환위기 당시 국내 환율은 상당히 고평가돼 있었다. 1997년 7월 초만 해도 1달러당 원화가치는 887.2원이었다. 불과 6개월 만에 원화가치는 반 토막 났다. 1997년 12월 24일 1달러당 원화가치는 1964.8원에 이른다. 2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원화가치 하락폭이 외환위기와 비교하면 다소 덜했다. 2007년 11월 1달러당 원화가치는 902.3원이었다. 2009년 3월 1574.6원으로 고점을 찍는다. 상승률은 약 75%.

현재 환율은 과거 위기와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안정세다. 지난해 말 1달러당 원화가치는 1156원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며 환율 또한 급등해 3월 19일 한때 1달러당 원화가치가 128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차츰 안정세를 보이며 1220~1230원대(3월 25일 기준)를 유지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실업률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세계 실업률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실업률은 10%까지 상승했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30%, 실업률은 12.8%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각국 봉쇄 조치로 실업률이 두 자릿수로 급등하면 미국 GDP 역시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며 “실업률 증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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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나 금융위기는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KB리브온이 매월 발표하는 ‘월간 KB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997년 11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54(2019년 1월 100 기준)를 기록했다. 이때를 정점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은 급락했다. 1년 뒤인 1998년 11월 최저점인 46.9까지 떨어졌다. 하락률은 약 13.1%.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같은 기간 43.1에서 36.7로 14.8% 하락했다. 나머지 6개 광역시는 57.3에서 50.4로 12% 하락했다. 서울 주택 가격 하락폭이 훨씬 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2008년 초반에는 오히려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을 기점으로 주택 가격은 하락했다. 2008년 9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80.9였지만 2009년 3월 79.1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역시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아직 3월 월간 주택가격지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소폭 하락세가 예상된다. 서울 주요 단지는 수천만원씩 떨어진 가격에 거래된다.

앞서 두 위기로 코스피지수는 50% 하락했고 환율은 2배 급등했다. 아직까지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그 정도는 아니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유럽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여러 전문가 진단처럼 두 위기보다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 향후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 정부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코로나19와 사스·메르스·스페인 독감

스페인 독감으로 세계 GDP 7% 감소

코로나19는 과거 사스, 메르스와 많이 비교된다. 사스는 2002년 발견돼 2003년 7월 종식됐다. 메르스는 2012년 발견됐지만 2015년 5월부터 12월까지 유행했다. 둘 다 약 7~8개월간 유행하다 사라졌다.

두 유행병이 번질 때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사스가 유행했던 시기에는 2002년 9월 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섰다. 주가는 몇 달 지나지 않아 원상 복구됐다. 메르스 때는 지지부진한 박스권이 지속됐다. 정리하면 두 유행병이 자산시장에 끼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실물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줬을까.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유행성 감염병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나 메르스가 유행하던 시기에 한국은 서비스업 둔화가 두드러졌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보다 내수 중심 서비스업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좀 다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사스와 메르스는 유행 시기가 1년 미만이지만 코로나19는 아직까지 종식 시점을 알 수 없다. 서비스는 물론 수출이나 제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를 스페인 독감과 비교하는 경우도 많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사망자만 최소 2500만명에서 1억명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전쟁에서 벗어나 있던 스페인만 이 문제를 크게 다뤄 ‘스페인 독감’이라 부른다. 최한수 교수는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던 시기 전 세계 GDP는 7% 이상 감소했다”고 말한다. 현재 코로나19는 그 피해 규모나 전염 속도 등에 비춰 스페인 독감 이후 가장 충격적인 전염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반진욱 기자 hafl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2호 (2020.04.01~2020.04.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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