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서울과 경기도 4개 지역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하며 신규 주택 총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신규 택지 후보지로 발표된 경부고속도로 인근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위)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곡역 인근 토지(아래) 전경.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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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도 올해 초에도 그린벨트 해제 이야기가 돌았는데 그때 역시 여기가 가장 유력했어요. 언젠가는 풀린다는 기대감에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들은 이미 많이 들어왔죠."(서초구 내곡동 A공인중개업소)
정부가 서울과 인근 지역을 포함해 그린벨트 해제 지역 4곳을 공개한 5일. 핵심지로 꼽힌 서초구 내곡동과 고양시 대곡동 일대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둘 다 정부가 수도권 신규 택지를 발표할 때마다 '단골 후보지'로 거론됐던 곳인 만큼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주민 반응이 많았다. 다만 개발계획이 확정돼 생활 편의성이 개선되고 지역 가치가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은 숨기지 않았다. 물론 난개발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했다.
내곡동이나 대곡동 모두 낡은 주택과 비닐하우스가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 해제 기대감 때문에 토지 가격은 그동안 꾸준히 상승 추세였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설명이다.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내곡동 토지 매매가격은 3.3㎡당 450만원, 원지동 일대는 300만원대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 소유자는 대부분 은퇴한 노년층으로, 은퇴 후 농사와 투자 목적을 동시에 노리고 땅을 매입해왔다"며 "큰 면적으로 거래될 때 자금 수십억 원이 필요해 손바뀜이 자주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곡동은 복합환승센터 효과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대곡역은 현재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지나고 있고, 연말부터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교외선(대곡역~의정부)도 정차한다. 대곡역 근처 C공인중개업소는 "대곡역은 환승이 5개나 되고 앞으로 고양선도 들어올 수 있다"며 "그동안 환승센터 계획만 있고 주거시설은 없어 '반쪽자리'로 전락하는 것 같다는 염려가 많았는데, 이제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곡역 인근 농지값은 3.3㎡당 180만~3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발표로 토지 소유주보다 인근 아파트 가격이 먼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곡동은 서초포레스타2·3·5·6·7단지와 서초더샵포레가, 대곡동은 대곡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 화정역 일대 아파트들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서초더샵포레 전용 84㎡는 올해 2월 12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9월에는 15억원까지 매매가격이 올랐다. 화정역 별빛마을6단지 전용 103㎡는 작년 12월에 7억2000만원이던 가격이 올해 8월에는 8억1250만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정부 발표를 노리고 이미 투기 수요가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지분 쪼개기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지분 쪼개기 방식은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법으로, 업체가 매입한 토지를 쪼개 수십에서 수백 명에게 웃돈을 얹어 되파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세곡동과 내곡동 그린벨트 지역의 전체 거래 내역 169건 가운데 80건(47.3%)이 지분매매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지분거래가 23건으로 5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내곡동 산지의 한 그린벨트 임야는 지난해 5월 30일 하루에만 20번에 걸쳐 지분이 직거래되기도 했다. 내곡동 한 주민은 "몇 년 전부터 이 일대는 기획부동산이 한 바퀴를 싹 돌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투기 논란을 사전에 진화하기 위해 나섰다. 국토부는 발표에 앞서 국토부 직원과 사업 제안자 1만5275명, 그 직계존비속에 대한 토지 소유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1명이 후보지 내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2010년 증여로 취득한 점을 고려해 투기 개연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지구와 인근 지역 내에서 최근 5년 동안 거래된 부동산 5335건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서 이상거래 1752건을 확인했다.
[손동우 기자 / 박재영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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