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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전기차 속도조절 나선 완성차 업계, 하이브리드로 캐즘 극복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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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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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확산이 더디게 진행되고 세계적으로 ‘캐즘’ 현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캐즘은 신기술이 초기 수용자를 넘어 대중 시장으로 확산되기 전에 수요가 정체되는 구간을 말한다. 이 시기에 기술 확산과 제품 판매가 일시적으로 둔화된다. 이미 얼리어댑터들이 전기차 구매를 모두 구매하면서 수요 절벽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6.5% 감소했다. 최근 수년간 매해 전기차 시장이 성장했지만 역성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 성장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 총 대수는 약 313만 9000대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4% 증가한 수치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45.8%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기차 핵심 시장이자 테슬라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분기별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4분기 10만 대에 크게 못 미쳤으나, 1년 후인 2021년 4분기에는 15만 대로 증가했다. 2022년 2분기에는 20만 대, 2023년 1분기에는 25만 대로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에는 판매 30만 대를 넘긴 이후 4분기 이후부터 판매 숫자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된 이유는 여전히 높은 차량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그리고 배터리 성능 문제 등이 손꼽힌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초기 구매 비용이 상당히 높아 많은 소비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비싸기 때문에 구매자들에겐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이 중요한데 각국은 이 보조금마저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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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충전소 인프라스트럭처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장거리 운행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내구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발생했던 인천 청라 벤츠 전기차 사고도 전기차 구매 장벽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점도 영향이 있다. 신차 판매 전반이 위축됐지만, 전기차 판매의 둔화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는 전기차가 아직 대중적으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동화 전략에 변화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완성차 업계는 전동화 전략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전기차가 안 팔린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수년 내 전동화 100% 전략을 주창했던 많은 완성차 기업들이 전략을 우회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초 전기차 수요 둔화를 공식 인정했다. 과거 GM이 선언했던 전동화 전환 전략을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그러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북미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GM은 2025년 말까지 북미에서 전기차 10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최근 이 목표를 25만 대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생산 일정 지연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글로벌 1위 완성차 그룹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전동화 전략 숨고르기에 나섰다. 도요타 자동차는 원래 전동화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전환 속도를 더 늦추는 것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둔화를 이유로 북미 전기차 생산 일정을 당초 계획했던 2025년에서 2026년 상반기로 연기한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도요타는 이번 연기 결정에 대해서 품질 향상을 위한 전기차 설계 변경 때문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생산 시작 일정은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도요타는 2030년까지 북미에서 고급브랜드인 렉서스의 새로운 전기 SUV를 생산할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일본에서 완성된 차량을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볼보는 2030년까지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2040년으로 연기했다.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2030년까지 100%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시장 환경, 인프라, 고객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목표를 몇 년 늦추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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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로 모든 판매 모델을 전환하는 대신, 내연기관을 함께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도 계속 판매하겠다는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전체 판매 차량의 50%를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2030년으로 5년 미뤘다. 포드도 한 차례 미뤘던 3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을 취소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 차종 대거 확대
전기차 시장 정체 상황에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하이브리드 차종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차를 말한다. 두 가지 동력원을 결합해서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모두 살리면서도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편과 부담을 덜어 최근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기차 캐즘을 극복할 핵심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차종을 대거 확대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전기차 판매량을 훌쩍 넘겼고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내연기관과 비슷한 하이브리드의 판매와 SUV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전기차 믹스(제품 판매 구성)는 조금 줄일 계획”이라며 “다만 전기차 비중을 줄여도 전체적인 시장 점유율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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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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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하이브리드 신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제네시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 프로젝트(JKa)를 진행 중이다. 2026년 12월 첫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GV70 신 모델에는 기존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시스템 대신 현대차그룹 최초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방식이 적용될 것이 유력하다.

EREV는 기본적으로 배터리로 주행하는 전기차로서 더욱 향상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다만 엔진이라는 내연기관을 활용해 주행 가능 거리를 더 늘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주요 동력원이 엔진이고 모터를 보조 동력으로 활용한다면, EREV는 주요 동력원이 전기모터다. 엔진은 직접 구동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차이점이다. 주행 중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시켜 주행거리를 늘리는 보조 역할을 한다. EREV는 엔진이 탑재됐기 때문에 배출 가스가 있고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로 분류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해 현대차에선 주행거리 연장형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하이브리드 신차종을 제네시스부터 현대차 다른 차종까지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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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준중형과 중형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 대형, 럭셔리 차급으로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기아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개최된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재 6개(K5·K8·스포티지·쏘렌토·니로·씨드)인 하이브리드차 차종을 9개로 늘릴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셀토스와 텔루라이드는 2026년, 쏘넷은 2028년에 하이브리드 차종이 출시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기아는 이 같은 상품군 포트폴리오로 하이브리드차 판매대수를 올해 37만 대, 2030년까지 88만 2000대로 확대하면서 하이브리드 적용 대상을 여러 차급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아는 기존 전기차 판매 목표는 유지한다고도 부연했다. 전기차 2030년 글로벌 160만 대 판매 목표는 변함없다는 점이다.

도요타도 하이브리드 리더십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도요타는 2030년까지 브라질 현지에 한화 약 3조원을 투자해 에탄올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플렉스 하이브리드차 개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2025년 소형 플렉스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하고 2026년 상파울루 주 북서부 소재 소로카바 생산 공장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도요타가 브라질에서 확대하려는 하이브리드는 에탄올을 주요 원료로 쓸 수 있는 플렉스 하이브리드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닛산자동차도 2020년대 후반에 출시를 목표로 자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닛산은 수익성이 높은 PHEV가 완전 전기차 시대로 가기 전 핵심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에서 하이브리드차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많은 완성차 기업이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고비를 넘기기 전까지 하이브리드차가 핵심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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