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실의 작심3주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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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복사꽃이 피고 산천에 진달래가 활활 타는 봄, 보리 이삭이 파랗게 팰 무렵이면 대밭에는 죽순이 총총하다. 이렇게 때를 알고 자기 차례가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식물(食物)로 차리는 밥상은 자연의 에너지를 가득 품은, 그야말로 소우주(小宇宙)가 아닐 수 없다.
첫째 주, 식이섬유소가 풍부한 죽순
죽순은 대나무 땅속줄기에서 돋아나는 어리고 연한 싹이다. 4월이 새 죽순을 먹을 수 있는 제철이다. 캔 후에 햇빛이나 공기에 노출되면 아린 맛을 내게 되고 저장이 쉽지 않아 통상 통조림으로 만든다. 죽순 통조림을 따 보면 흰 앙금이 있는데 이는 부패한 것이 아니라 죽순에 들어 있는 수산염 등이 티로신과 결합해 생긴 것이다. 흰 앙금은 죽순을 삶고 난 뒤에 잘 헹구면 없어진다.
죽순에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하다. 죽순의 불용성 식이섬유소는 장 속에서 수분을 흡수해 부피가 늘어난다. 부피가 늘어난 식이섬유소로 인해 음식이 소장을 느리게 통과해 배부른 느낌이 오랫동안 유지되므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한영실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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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소의 섭취 증가가 대장암의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식이섬유소로 인해 대변의 양이 증가하고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단축돼 발암물질이 장내에 존재한다고 해도 장벽에 작용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식이섬유소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혈액 중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혈액의 점도가 커져서 피의 흐름이 느려지고 혈관 벽에 쌓이게 된다. 특히 동맥벽에 이러한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동맥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면 동맥벽이 두꺼워지고 단단해져서 탄력성을 잃게 되는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고혈압도 따른다. 식이섬유소는 담즙산과 결합해 재흡수를 방해함으로써 콜레스테롤 배설량을 증가시킨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은 부족해진 담즙을 만들기 위해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사용해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낮추는 효과를 내게 된다. 맛이 담백한 죽순은 볶음·조림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어슷썰기 해 다진 마늘을 넣고 볶거나, 밥 지을 때 얹어 쪄서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 죽순밥도 별미다.
둘째 주, ‘산에서 나는 쇠고기’ 고사리
‘고사리도 꺾을 때 꺾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시기가 있으니 그때를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요즘이 바로 고사리를 꺾는 계절이다. 봄비가 내리고 난 뒤 새순이 날 때 맛과 영양이 가장 풍부하다. ‘고사리는 정력에 안 좋다’고 기피하기도 한다. 이는 고사리에 비타민B1을 분해하는 티아미나아제라는 효소가 들어 있어 팔다리의 신경과 근육이 약해지는 각기병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날것으로 다량 섭취하지 않고 삶거나 볶는 등 가열 조리 시에는 아무 문제 없다. 오히려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쇠고기’라 불릴 정도로 식이섬유소, 칼륨, 비타민B2, 엽산 등의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이다. 특히 비타민B 복합체 중의 하나인 엽산이 많이 들어 있다. 엽산은 체내에서 단백질의 소화와 새로운 단백질의 합성 및 적혈구의 생성, DNA의 신생 과정에 관여한다. 결핍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은 없으나 심하면 식욕부진, 머리카락 탈색, 비정상적인 통증 유발, 설사, 구강 궤양 등을 초래한다.
엽산은 임신부가 필수적으로 보충해야 하는 영양소다. 임신 중에는 세포 분화가 왕성하기 때문에 필요량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엽산은 핵산 및 단백질 대사에 필수적이므로 결핍 시 미숙아 출산 우려와 아동의 성장 지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은 고사리가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고사리의 프테로신 유도체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증상과 발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들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주, 면역 유지 영양소 품은 꽃게
개나리·진달래가 만발하는 때가 되면 게 맛이 일품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맛과 영양이 최고로 오르기 때문이다. 꽃게에는 육류와 거의 같은 양의 단백질이 들어 있고 라이신·아르기닌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반면에 지방 함량은 아주 낮아 저지방·고단백 식품의 섭취가 필요한 비만·고혈압 환자와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이다.
특히 꽃게에는 아연이 풍부하다. 아연은 생체 내 여러 효소의 구성 성분이 되고 면역 작용에 관여하는 필수적인 미량 무기질이다. 면역계는 염증 반응의 유발과 조절, 악성 신생물의 발생, 알레르기 반응, 상처 치유 과정에도 관여한다. 아연은 특히 세포성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의 일종인 T세포의 발달과 기타 면역 세포의 생성을 돕는다. 면역 반응을 유도하고 조절하는 세포들에서 분비되는 각종 화학물질이나 항체는 단백질로 구성된 복합체들이다. 우리 몸은 섭취하는 영양소가 부족하게 되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부터 영양소의 공급을 줄인다. 따라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게 되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림프구나 항체 생성을 줄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면역력이 낮아져서 감염성 질환에 쉽게 걸리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갖는 것보다 인생에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건강’이다.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고 제철에 땅을 뚫고 나온 죽순과 고사리 그리고 ‘바다의 여왕’으로 불리는 꽃게로 4월의 건강을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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