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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4월7일 ‘낙태시술’ 광고만 해도 처벌받던 시절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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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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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지난 2019년 4월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를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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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7일 ‘불법 임신중지 시술 병원 사무장 구속’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 사회면에는 임신중지시술에 관한 두 건의 검찰 수사 관련 소식이 소개됐습니다.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임신중지를 유도하는 광고 등으로 불법 시술을 주도한 혐의로 경기 안양시의 한 산부인과 사무장을 구속했습니다. 시술을 집도한 사무장의 남편 또한 형사처벌받을 상황이었습니다.

기사는 또 서울중앙지검이 임신중지시술 관련 과장·과대광고 혐의로 산부인과 원장 등 병원장 2명을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와 병원 홈페이지에 “안전한 시술을 보장하고, 미혼 여성은 비밀보호를 해주겠다”는 광고를 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들이 검찰 수사를 받은 건 ‘프로라이프 의사회’라는 단체의 고발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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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7일 경향신문 10면 ‘불법 낙태시술 병원 사무장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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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임신중지시술은 불법이었고 시술을 광고하기만 해도 검찰에 고발당하곤 했습니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1항(동의낙태죄)이 건재했기 때문입니다.

1953년 형법의 제정과 함께 탄생한 낙태죄는 60년이 넘도록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덕분에 임신중지시술을 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이를 도운 의료진은 2년 이하 징역을 받았습니다.

특히 기사에 언급된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발 이후 임신중지시술 시장은 경색됐습니다. 산부인과들이 암암리에 해오던 시술을 중단하면서 시술비도 ‘부르는 게 값’이 됐습니다. 중국 원정 시술이 늘기도 했습니다. 2018년 9월 서민 교수는 칼럼을 통해 프로라이프 고발을 언급하며 “2009년 13.5였던 모성사망률(산모 10만명당 사망하는 여성의 수)이 2010년 15.7, 2011년 17.2로 증가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2019년 4월11일, 낙태죄는 입법 66년 만에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제269조 1항 및 제270조 1항에 대해 7대 2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겁니다. 오랜 기간 여성들이 수많은 시위와 헌법소원, 청와대 청원, 공개변론 등을 통해 일구어 낸 결과였습니다. 경향신문은 이튿날인 12일 사설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생명권을 존중하고 확장시킨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개정 기한은 올해 12월31일입니다. 국회는 연말까지 형법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개정하고, 관련법인 모자보건법까지 손질해야 합니다. 법 개정과 함께 임신중지 허용범위와 사유 등은 물론 재생산권까지 다양한 쟁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헌재 판결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20대 국회는 낙태죄 관련 법안 논의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는 15일 국민의 선택으로 꾸려질 제21대 국회는 다르기를 바라봅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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