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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친문은 ‘갑질’해도 공천 땄다···정책·공약 안보이는 ‘文의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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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식목일을 맞아 지난해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강원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를 방문해 재조림지 현황보고를 받은 뒤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총선과 관련해선 극도로 말을 아끼는 중이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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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있다. 이번 총선을 보는 청와대의 시각 혹은 기대다. 승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 향배가 결정되는데도 총선이란 말 자체를 금기시한다.

예외는 한 번 있었다.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선거와 관련해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다른 업무는 하지 말고 코로나 19 대응 및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업무에만 전념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전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의 핵심 변수로 문 대통령을 꼽는다. “확실한 지지 기반, 코로나 19 대응 여부, 친문 약진 등 문 대통령은 이번 총선 과정을 지배했고, 2018년 지방선거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번 총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이라는 진단이다.



①후보부터 정당까지 '친문' 표식



언필칭 “문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람들, 즉 친문을 빼고선 여권 총선 구도를 설명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요약하면 “친문의 압승”이었다. 현역 의원 중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되거나 경선에서 탈락한 15명 중 친문은 한 명도 없었다. ‘공항 갑질’로 논란이 됐던 친문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은 경선 기회를 다시 받아 되살아났다. 반면 공수처 반대 등으로 친문 지지층의 표적이 된 금태섭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친문이란 표식은 비례 위성정당의 출범에도 동력이 됐다. 김의겸ㆍ최강욱 등 전직 청와대 비서진과 손혜원ㆍ정봉주 등이 뭉친 열린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출범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광진을 선거에 나선 고민정 민주당 후보가 김의겸ㆍ최강욱을 향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좀 더 깊이 살펴보고 선택했다면…”이라곤 했지만, 문 대통령의 바람이나 의중과는 별개로 이들의 존재 자체가 문 대통령을 빼고선 성립하지 않는다.



②문 대통령 후광효과 기대는 여권



으레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6년 4월 1주차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43%였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에 기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의석수를 적게는 150석, 많게는 180석까지 내다봤다. ‘진박 감별사’가 등장한 배경이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이번 총선을 앞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높다. 한국갤럽의 4월 1주차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56%로 과반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41%)보다 15%포인트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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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 [한국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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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선거 운동의 포커스도 ‘문 대통령의 성공’에 초점에 맞혀지고 있다. 민주당뿐 아니라 위성정당들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당의 운명을 걸고 있다”(더불어시민당 최배근 공동대표), “문 대통령의 성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공통점이 있다”(열린민주당 최강욱 후보)고 주장한다.

정책이나 공약보다 대통령 인기에 기대는 전략이다. 명지대 정치학과 김형준 교수는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준 전시상황이고, 이럴 때면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공통된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런 추세가 이번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미미한 ‘차기’ 후보군



선거는 ‘차기’들이 부상하기에 좋은 기회다.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당시 4월 1주차 이명박(MB) 대통령의 지지율은 23%. 전형적인 임기 말 레임덕 위기에 처해있었다.

막상 총선은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이겼고, 야당이던 민주통합당은 “MB 심판론에만 기댄 채 여유를 부리다 일격을 당했다”고 자평했다. 이때 새누리당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확고한 ‘차기’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영향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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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오른쪽)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티브로드방송 강서제작센터에서 열린 종로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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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은 다르다. 여권의 차기 후보군은 각개전투 중이다. 지지율이 높은 여야의 이낙연ㆍ황교안 후보는 종로에서, 그 외 차기 주자군들도 지역구에서 살아남는 게 먼저다. 전투 승리가 급하다 보니 ‘전쟁 지휘’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차기 후보군으로 꼽히는 자치단체장들도 코로나 19 대응 등 당면 현안 대처가 급한 상황이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은 데 차기 주자가 어설프게 치고 나가다 보면 되레 역풍을 받을 수 있다"며 "총선 이후 상황을 기다리며 암중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호ㆍ윤성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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