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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가케무샤' 김달술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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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중앙정보부 입부 후 북한지도자 빙의 훈련

"아침 눈 뜨면 노동신문 읽기로 일과 시작"

36년 경험으로 은퇴 뒤 2000년 대통령 상대역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회담 준비 차원에서 진행했던 모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역(影武者ㆍ가게무샤, 그림자 무사)’을 맡았던 김달술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이 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중앙일보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김달술 전 남북회담본부 상임연구위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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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1961년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북한 체제를 연구했고 첫 남북 당국간 공식 대화인 적십자회담(71년)의 대표로 나서기도 했다.

특히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의 최고지도자 연구에 매진하면서 ‘몸은 한국에 있지만, 생각과 행동은 북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7년 은퇴 때까지 ‘북한 사람’으로 생활해 온 것이다.

고인은 생전 “공직에 있을 때는 아침에 눈을 뜨면 노동신문을 읽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며 “끊임없이 북한 지도자를 빙의(憑依)하는 훈련을 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 신문이나 영상에서 북한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하고 따라 하는 게 ‘일’이었던 셈이다.

북한의 대화 제의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고,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이런 경력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가게무샤'로 활동하며 남북정상회담에서 돌발상황을 연출하곤 했다.

은퇴 이후 그는 용인 자택에서 양재동에 있는 기원을 오가며 바둑을 두곤 했는데, 바둑판에서 북한의 의도를 꿰뚫으려는 노력도 했다고 한다. 고인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곤 “김정일 위원장이 북방 삼각관계(북ㆍ중ㆍ러)를 탈피해 한국·미국과 경협을 시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내놨다.

2018년 본지와 생애 마지막 인터뷰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기 카리스마를 세우기 위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는 등 아무도 용서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만만하게 볼 사람은 아니다. 처음에는 막무가내가 아닌가 싶었는데 지금까지 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주도면밀한 인물이다. 본능적인 게 있다고 봐야 한다”는 평가를 남겼다.

유족은 부인 박영순씨와 김훈(강원대 교수)ㆍ김엽ㆍ김국경씨 등 2남 1녀, 사위 박용일(플러스허브 대표)씨, 며느리 서영주(강원도 여성특별보좌관)ㆍ김성란씨가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2호실에 마련했지만, 유족들은 “조문은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발인은 9일 오전 8시.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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