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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아베 오늘 ‘긴급사태’ 선언할 듯… 경기침체 우려하다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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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부족 문제 등 대두하자 떠밀리듯 긴급사태 선언” 지적

세계일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에 소극적이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일본 내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뒤늦게 대처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하루 확진자가 수백 명씩 나오는 현재, 한 발 늦은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7일 일본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오후에 ‘신형인플루엔자 등 대책특별조치법’(특조법)에 따라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일에야 긴급사태르 선언할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지난 2일 도쿄에서만 하루에 신규 확진자가 97명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경고음은 며칠째 계속되고 있었다. 4, 5일 이틀 연속 확진자가 100명을 넘었고 이날도 83명이 새롭게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누적 환자 수가 1116명으로 늘었다.

아베 정권이 이제야 긴급사태를 선포하려는 데 대해 아사히신문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신문은 그간 아베 정권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긴급사태 선언을 주저했으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떠밀리듯 선언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3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긴급사태를 신속히 선언하자고 주장하는 한 각료에게 “경제가 말도 안 되게 된다”고 반박한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경제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긴급사태 선언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두 측근이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 발표에 소극적으로 나서게 된 큰 이유라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경제 위기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노믹스에 의한 경기 회복’은 현 정권의 구심력을 유지해 온 원동력”이라며 아베 정권이 “그간 경기 후퇴 우려 때문에 신중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경기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일본까지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경제 상황이 한층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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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지난 4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시부야(澁谷)역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그러나 당초 경제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확진자는 계속 증가하고 의료 시스템이 붕괴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아베 총리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는 지난달 23일 도시 봉쇄가능성을 거론했고, 지난 5일에는 NHK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국가로서의 결단이 지금 요구되는 것 아니냐”며 “법률에 토대를 둔 선언이므로 지금까지의 (외출 자제) 부탁에서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다”고 아베 정권을 압박했다.

긴급사태를 선언해도 외출 자제 요청 정도가 가능한데, 당시 이조차 가시화하지 않았던 일본 정부는 고이케 지사가 훨씬 강력한 조치인 도시봉쇄를 거론하자 긴급사태를 선언해도 도시를 봉쇄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하는 데 진땀을 뺐다.

환자가 증가하며 병상 부족 문제도 심각해졌다. 7일 현재 일본 전역의 코로나19 환자는 4804명이다. 일본의사회는 지난 1일 일부 지역에서 병상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도쿄도는 경증환자를 숙박시설에 수용하고 중증환자를 입원시키겠다고 계획을 내놓았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아베 총리도 나서 긴급사태 선언의 의의로 “가장 큰 것은 호텔 등을 야전병원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지적은 일본 안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일본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을 때부터 긴급사태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고 교도통신에 따르면 요코쿠라 요시타케 일본의사회 회장은 “정말 속도감 있게 대응해달라고 줄곧 부탁했는데 겨우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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