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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앙숙’ 트럼프·바이든, 15분간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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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 관련해 대화

“전임 대통령 만나 조언을”

바이든 제안, 트럼프 거부

미국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6일(현지시간) 1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5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정치적 라이벌이자 ‘앙숙’인 두 사람이 코로나19 세계 최다 발병국인 미국이 맞닥뜨린 ‘준전시상황’ 앞에서 일단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정말 멋지고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매우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서로 나눈 이야기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도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그가 제안한 것이 있지만, 내가 그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도 “두 사람이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 대선캠프 본부장인 케이트 벤딩필드는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와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했다”면서 “(바이든이) 국가가 직면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미국인들의 정신을 높이 샀다”고 전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여야 지도자들이 초당적 협력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는 ‘정적’으로 여기는 이와의 통화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슬리피 조(졸리고 지루한 바이든)’라고 부르는 등 조롱해 왔다. 특히 행정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사안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을 겨냥해왔다.

그럼에도 전염병이 부른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높여 재선 고지에 한발 더 다가서려는 차원에서 ‘적과의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최근 정국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며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황을 타개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낼 만큼의 심도 있는 대화는 나누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과의 통화는) 정부 대응에 관한 조언을 얻기 위해 오바마, 조지 W 부시 등 전임 대통령과 만나야 한다는 것은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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