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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WP "한국과 미국, 코로나 발생 날짜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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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editor2@pressian.com)]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WP)> 등 미국 주류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현시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할 만큼 불편한 관계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까지 단정하지는 않았다. 과거나 미래의 미국 대통령 중에 트럼프보다 더 최악으로 평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에서 역사학 전공자로 국가안보 칼럼을 주로 쓰는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사상 최악의 대통령(The worst president. Ever.)'이라는 칼럼(원문보기)을 통해 "최악의 대통령 앞에 붙였던 '현시대'라는 수식어를 빼기에 충분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트럼프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재앙적 대응으로 스스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비판했다.

칼럼은 남북 분열에 대한 우유부단한 대응으로 남북전쟁 발발을 막지 못해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제임스 뷰캐넌 전 대통령과 비교해서도 트럼프가 얼마나 최악인지를 논증했다.

칼럼에 따르면, 남북전쟁은 결국 발발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필연이라고 볼 여지도 있지만, 현재 미국이 목도하고 있는 코로나 재난의 규모는 결코 불가피하다고 볼 여지가 없다. 7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7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1만1000명에 육박했다. 피해가 가장 심한 뉴욕 주만 코로나19 확진자가 13만 명이 넘어섰고, 사망자는 무려 4700명이 넘었다.

인명피해뿐 아니라, 경제적 타격도 심각하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최근 2주 사이에만 무려 100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2007~2009년 '대침체'라고 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 순손실이 900만 개라는 점에서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실업률은 80여년 전 대공황 때 이후 가장 높은 13%로 치솟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되고, "지금부터 가장 잘 방역 대응을 할 경우 사망자가 10만~20만 명"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태연하다.

지난 2월 26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조만간 거의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그는 1945년 이후 미국이 벌인 전쟁에서 발생한 모든 전사자 규모보다 많은 코로나19 사망자 숫자에 대해 "대응을 잘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칼럼은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예측이 가능했던 재앙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그가 비참한 실패자라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칼럼에 따르면, 진주만과 9.11 사태에 대한 경고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사전에 알아차리기 힘들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경고는 1급 비밀정보가 없어도 가능하다. 지난 1월부터 전문가들이나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 조 바이든 등 민주당 지도자들이 코로나19에 대해 경고를 내기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 관료들도 비슷한 경고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했다. 지난 4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3일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다는 공식 보고를 처음으로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공식보고 며칠 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대통령 일일브리핑을 통해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경고들을 무시했다.

1월부터 심각성 경고 무시..."완전 통제되고 있다"던 트럼프

지난 1월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앨릭스 에이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해 첫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보고 내용의 심각성에 대해 트럼프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난 1월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 질문을 받았을 때 "코로나19는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 중국에서 온 확진자 1명이 발생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그 후 몇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8번의 유세 연설을 하고, 6번의 골프 회동을 즐겼다.

칼럼은 "대만, 싱가포르, 캐나다, 한국, 그루지야,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미국에 비해 훨씬 대응을 잘해, 피해가 훨씬 적을 것"이라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날이 같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그 차이는 엄청나다. 현재 한국은 인구 100만 명 당 사망자가 4명 수준인 반면, 미국은 25명으로 6배나 많고, 앞으로 격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른 대실책이 워낙 기념비적이어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조지 W.부시와 지미 카터 등 전임 대통령들이 러시모어 산에 조각되어야 할 지경"이라고 조롱했다. 러시모아 산은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4명)의 두상이 조각된 산봉우리다.

나아가 칼럼은 지난 3일 트럼프가 자신의 의회 탄핵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의회에 최초 보고한 정보기관 감찰관 마이클 앳킨슨을 경질한다고 발표한 사실을 거론하며, "트럼프는 조지 W.부시 또는 카터의 무능에 리처드 닉슨의 부패까지 결합된 인물임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칼럼은 "그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얻든 간에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이승선 기자(editor2@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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