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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기자메모]‘찬반’에 갇힌 동성애…더 나은 논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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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15 총선에 앞서 지난 5일 중앙선거방송토론회가 주관한 TV토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가 동성애에 대해 내놓은 답이다.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고민정 후보는 동성애에 대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저는 반대합니다”라고 말한 데 따른 반응이다.

찬반과 동의. 동성애를 둘러싼 문답은 오래전부터 같은 방식이었다. 2017년 4월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동성애에 반대하는 것이냐”고 묻자,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다. 반대한다”고 말했다.

질문과 답변 모두 잘못됐다. 당시 토론회 직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긴급 성명을 내고 “성적 지향은 찬성이냐 반대냐의 문제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인간 특성의 하나다. 서로 다른 피부색에 찬반을 따질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존재에 찬반을 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비판은 고민정·오세훈 후보의 문답에도 유효하다. 세계적으로도 허용·합법화 여부가 논쟁인 대상은 동성혼이지 동성애가 아니다.

동성혼 논쟁의 결과도 추세가 뚜렷하다. 28개국이 이미 동성혼 합법화 대열에 들어섰다. 미국에선 2015년 ‘어떠한 주정부도 동성 간 혼인을 막을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9년 공화당 소속의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동성혼 지지를 천명했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결과다. 동성혼을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계의 ‘표심’도 고려해야겠지만, 시민의 권리를 확대하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인의 더 큰 역할이다.

오 후보의 지향은 분명하다. 고 후보는 어느 쪽인지 알 수가 없다. 고 후보는 오래도록 문 대통령의 ‘입’을 자처해왔고 지금은 국회의원 후보다. 청와대 안에서나 밖에서나 동성혼에 대한 그의 입장은 보이지 않는다.

동성애를 동의의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한 고 후보는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논의할 출발선에도 서지 못한다. 동성혼을 둘러싼 소수자 인권 논의는 언감생심이다. 정치인은 정확한 말을 사용해야 한다. 기왕이면 반성과 실천으로 뒷받침된 말을 기대한다. 더 나은 논쟁을 보고 싶다.

조문희 | 사회부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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