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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고용유지 정책에서 소외된 노동자 ‘85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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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보전 ‘사업장 지원금’ 고용보험 가입자만 수혜

특수고용노동자 등 배제

파견업체·현금 없는 회사, 고용지원금 엄두도 못 내

경향신문

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창구로 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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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위기 대책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수준을 상향조정했지만 여전히 850만명가량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에도 고용보험의 안전망 바깥에 밀려나 있던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 상당수가 이번에도 지원 대상에서 빠져, 보다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고용유지조치 계획서를 신고한 사업장은 전주보다 2배가량 급증한 1만1984곳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이달부터 고용유지 노력을 기울이는 모든 사업장에 휴업·휴직수당을 최대 90%까지 지원하기로 하면서, 휴직에 돌입했거나 노동시간이 단축된 노동자 약 40만명이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임금 일부를 보전받게 됐다.

하지만 고용유지지원금 자체가 고용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어 4대 보험 밖에 있던 노동자들은 이번에도 혜택에서 배제됐다. 지난 2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임금근로자 2056만명 중 1380만명에 불과하다. 680만명가량이 고용보험 미가입자로 남아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 170만명을 더하면 고용유지 지원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는 850만명까지 늘어난다.

고용보험에는 가입돼 있지만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체도 다수 존재한다. 인력 충원과 감원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하청 인력공급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업종 특성상 장기적인 고용유지가 불가능하다보니 지원 대상에서도 자연 배제된다.

하청 인력공급업체인 KTCS 소속으로 제주항공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사들은 최근 회사로부터 18명을 다른 업종 콜센터로 재배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부터 무급휴직 중인 이 콜센터의 상담사 ㄱ씨는 “제주항공 소속 직원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유급휴직을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은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이제는 갑자기 엉뚱한 근무지로 보내겠다고 하니 사실상 그만두라는 말”이라고 했다.

기업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꺼려 발만 구르는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먼저 휴업수당을 지급하면 추후 보전하는 형태라 당장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신청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인천시 발표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 7만6800명 중 유급휴직자는 8750명인 반면 무급휴직자는 1만5390명에 달하고, 희망퇴직자도 1420명이나 된다. 항공업계 기업 상당수가 현금 부족 등을 이유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호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국장은 “항공업계가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사업 특성을 가지고 있어 지원 방식을 획기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신청이 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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