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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한변, 변협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 당장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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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변호사단체 한변이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 작업을 진행중인 대한변협에 대해 “후보추천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폐기돼야 하는 위헌적인 기구인 공수처의 수장을 뽑는 데 변호사단체 수장이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찬희 대한변협협회장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7인에 포함돼 있으며 현재 회원들을 상대로 오는 10일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

공수처법 통과를 앞둔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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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변은 8일 성명서를 통해 “공수처법은 신속처리 안건 지정에서부터 국회 본회의 의결에 이르기까지 문희상 국회의장의 불법 강제 사·보임 허가, 국회 법사위 심사기간 불법 생략, 법적 근거 없는 1+4 결합체에 의한 원안 내용 일탈 등 위법한 하자로 점철돼 있다”고 했다. 지난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처리를 앞두고 오신환 당시 바른미래당 위원을 국회 사개특위에서 제외하고 채이배 위원을 넣은 사보임 결정이 이뤄졌다. 오 의원이 “임시회기 중 위원을 개선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며 문희상 국회의장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내 현재 심리중이다.

한변은 “공수처는 설치 근거도 없이 수사권, 영장청구권 등의 권한을 갖는 특별 사정기구로 설립됐으나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 권력 분립 원리에 반한다”고 했다. 또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정치 관여를 하거나 전회을 해도 견제할 수단이 없다”고 비판했다. 검·경이 공무원 범죄 수사를 개시할 경우 공수처에 즉시 통보하도록 하고(공수처법 24조 2항), 공수처가 요청하면 수사중인 사건이라도 즉시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한(법 24조 1항)조항 등을 예로 들었다. 한변은 “이들 규정은 직제상 차관급인 공수처장이 헌법상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총장을 사실상 지휘하게 한 규정”이라고 했다. 또 수사대상에 ‘퇴직 공직자’를 넣어 수사대상을 무한정 확대하게 해 명확성 원칙에 반하고, 검찰의 일부 기능을 떼어 고위공직자만 수사 대상으로 해 국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한변은 “공수처법은 그 위헌성이 너무도 크고 명백하여 21세기 문명국가에서는 단 하루도 있어서는 안 되는 악법”이라며 “조속히 폐기돼야 할 공수처법을 근거로 해서 변호사단체 수장인 대한변협회장이 후보 추천에 가담하는 것은 공수처법을 합헌적인 법률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변은 “대한변협이 3만 변호사의 뜻을 대변코자 한다면 공수처법의 폐기에 앞장서야 한다”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한변이 이 같은 성명을 낸 데는 실제 대한변협의 공수처 후보 추천작업에 대한 일부 변호사들의 반감이 작용했다. 한 원로 변호사는 “대한변협이 전 회원을 대상으로 후보 추천을 받고 있지만 회신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차피 민변 출신 등 친(親)정부 인사들이 추천될 텐데, 변협이 왜 추천작업을 거드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측은 “법이 있는 한 단계에 맞춰 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민변 출신을 염두에 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추천한 후보가 반드시 되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여야 정당이 추천한 위원 각 2명씩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중 6명의 동의를 얻어 복수의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하도록 돼 있다. 후보 추천권자가 따로 법에 정해져 있지는 않다. 이들 추천위원 중 공개적으로 후보추천작업을 하는 사람은 대한변협회장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관계자는 “공수처장이 변호사 자격이 필수요건이기 때문에 협회가 회원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통과된 공수처법에 따라 오는 7월에는 공수처가 설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4·15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공수처법 폐지’를 공약으로 걸고 있어 총선 결과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변협 관계자는 “총선 이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5~6월까지는 후보가 정해져야 한다고 보고 추천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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