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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박혜림의 현장에서] 바보야, 문제는 폰 가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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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3년 만에 스마트폰을 바꾸려고 대리점에 갔는데 ‘갤럭시S20 울트라’는 불법 보조금을 받아도 80만원이 넘어요.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갤럭시S10’으로 바꿨어요.”

스마트폰을 바꾸겠다며 한참 알아보던 지인은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놨다. 80만원을 지불해도 매달 9만원의 요금을 내야 하니 부담이 된다는 것. ‘아이폰 6S’를 사용하는 다른 지인도 ‘아이폰11’ 구매를 고민하다 배터리만 교체하고 말았다. 코로나19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이폰12’ 출시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는 비단 기자 주변의 일이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애틀라스리서치가 지난달 오프라인 스마트폰 판매 동향을 살펴본 결과,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S20’ 시리즈는 데뷔 첫주인 3월 첫째 주를 제외하곤 줄곧 SK텔레콤 전용폰인 ‘갤럭시와이드4’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와이드4’는 3월 다섯째 주까지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도 “‘갤럭시S20’를 구매하려다가 ‘갤럭시S10’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적잖은 것으로 안다”며 “구형 모델인데도 지난달 상당히 선전했다”고 귀띔했다.

‘갤럭시S20’의 예상 밖 부진에 삼성전자는 다급히 이통3사에 중고 보상금 지원책을 내놨다. 신제품 출시 한 달 만에 구매고객에게 중고 보상금을 지원해준다고 나선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보조금이 반토막 나며 중저가폰으로 수요가 쏠린 것이지만, 업계에선 보조금 지급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불법보조금을 장려할 수도 없을뿐더러 불법보조금을 지급해도 80만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애초에 스마트폰 가격이 높은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선 알뜰요금제도 의미가 없다. 특히 5G 스마트폰은 유난히 고가 플래그십 모델에 치중돼 있다. 알뜰폰업계가 “단말기 가격이 5G시장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폰시장은 카메라 사양을 둘러싼 고스펙 경쟁이 치열하다. 카메라 모듈 가격이 디스플레이 원가를 추월했다. 부품 개발에 들어간 R&D비용도 적지 않다. 단말기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제조사들의 푸념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고사양 못지않게 스마트폰 가격도 중요하다. 특히 스마트폰은 경기민감도가 큰 제품이라 경기불황일 땐 판매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

한국은행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2월 이동통신요금 물가지수는 94.16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휴대폰 단말기지수는 지난 2년 동안 단 두 달을 제외하고 100 이상을 유지했다. 지난해 11월엔 106을 기록했다. 최근 2년 중 최고치다.

스마트폰업계는 올해부터 5G 중저가폰 출시를 본격화하는 등 중저가폰시장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유난히 높은 스마트폰 가격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의 ‘정서’를 외면한 가격 정책은 제품에 대한 외면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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