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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슈퍼컴퓨터 시대

[특별기고] 농산업 빅데이터,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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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최근 슈퍼컴퓨터 기반, 농산업 연구개발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지원을 위한 이른바 ‘초고성능컴퓨팅법’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농업이 생명과학에서 담당하는 방대한 영역을 고려할 때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농업은 1980년대 이후 우주항공과학에 버금가는 종합학문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는 생명공학, 농업기상, 스마트팜, 병해충 예찰 등 각 분야에서 디지털화된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데이터들을 실시간·다차원적으로 분석해 활용하려면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슈퍼컴퓨터 랭킹 500을 보면, 중국은 총 228대로, 최다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고 성능 면에서는 미국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은 29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해 3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기술 강국인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기상청,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보유한 3대만이 이름을 올렸다.

농업계 빅데이터를 이용한 세계 정밀농업 시장은 연평균 12% 성장을 거듭하며 올해 53억3000만달러(한화 6조4700억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팜만 해도 정보통신기술(ICT)로 농작물 생육환경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시간과 공간 제한 없이 자동으로 환경을 최적화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약 32만점(세계 5위권)의 농업유전자원 활용을 들 수 있다. 이미 관련 연구 데이터 축적량은 유전체 정보를 기준으로 연평균 69% 이상 급증하고 있다. 농작물 표현체 영상데이터도 연간 100Tb 이상 생산되고 있다.

2018년 농업생명공학 빅데이터 관련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89%가 최소 3페타플롭스급 슈퍼컴퓨터의 즉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람의 5.5배 크기인 거대 유전체를 1회 분석하는 데 3개월이 소요되는데,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2~3일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정밀농업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초고성능컴퓨팅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이와 동시에 농업분야 슈퍼컴퓨팅센터를 설치하고 사장되기 쉬운 각 분야의 농업 연구 데이터를 통합 관리 활용하는 데이터 통합저장소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슈퍼컴퓨팅센터를 중심으로 국가·지자체·민간 연구기관을 하나로 묶어 농업의 디지털 진화를 촉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종자개발 시간을 단축하여 정밀육종과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로 정밀농업(스마트팜)이 본격 궤도에 오를 것이다. 기후변화로 예측하기 어려운 병충해 발생 경보와 농촌지역별 농업기상 정보 서비스도 더욱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농업은 빅데이터 기반 지식(Knowledge)과 농생명기술 혁신(Technology)을 바탕으로 생산 현장과 유통, 소비자까지 확장(Extension)된 그린바이오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도입은 디지털 정밀농업 혁신생태계(KTX) 조성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김선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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