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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트럼프의 남다른 ‘남탓 스킬’… “코로나 경고메모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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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40만명을 바라보며 인명피해 세계 1위 자리를 굳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정부 대처와 관련해 책임 회피성 발언을 이어갔다. 중국 책임론에 이어 세계보건기구(WHO)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인명피해 위험을 경고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의 내부 메모를 못 봤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지 못했더라도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 한 나라의 지도자가 할 변명으로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이 생중계한 백악관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위험성 경고’ 내부 메모 관련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팬데믹 관련 메모를 썼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나는 못 봤다”고 답했다.

현지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나바로 국장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본격화 전인 지난 1, 2월 대규모 인명피해를 경고하는 내부 메모를 여러 차례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1월 말 그는 코로나19로 5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고, 6조달러(7320조원)대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보고를 했다. 약 한 달 뒤인 2월 말에는 한층 더 위기감을 갖고, 미국인 최대 200만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 초기 코로나19를 독감에 비유하는 등의 낙관론을 펼치며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시 나바로 국장의 메모를 봤다면 위험성을 알고도 숨긴 셈이다.

세계일보

지난 2월 23일 나바로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경고 메모. 악시오스 캡처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바로 국장의 조언대로 2월 초 입국제한 등은 했다”며 대통령이 메모를 보지 못했다는 주장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전 그 메모에 대해 듣고 나바로 국장에게 물어봤다”고 인제야 알게 된 것처럼 답했다.

그러나 미국의 코로나19 피해가 세계 최대 수준이 된 지금 이를 몰랐다는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메모를 찾아보진 않았고, 보지 않았다. 그에게 보여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민으로서는 책임감과 신뢰를 느끼기 힘든 대답이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치어리딩’을 하면서도 동시에 중국, 유럽 전역에 대해 문을 닫았다. 그건 매우 큰 움직임이었다”고 자찬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에 대해 치어리딩을 한 것이라고 답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살 돌리기는 세계보건기구(WHO)를 향하기도 했다.

그는 “흥미롭게도 WHO는 여행길을 닫는데 찬성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다. WHO가 적절한 경고를 하는 타이밍을 놓쳐 사태를 키웠다며 이를 조사해 지원을 보류할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내 코로나19 피해 확산에 대해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다가 WHO로 타깃을 변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발원지 논쟁이 격화하던 중 국내 인명피해도 늘어나자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와 같은 노골적인 명명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는 “WHO는 미국이 주로 자금을 대는데도 중국 중심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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