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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톨게이트 북새통·기차로 5만명 탈출…불안한 우한 봉쇄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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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8일 우한 톈허 국제공항에서 우한으로 파견 나왔던 여성 의료진이 지린성 집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타기 전에 동료와 포옹하고 있다. 우한 봉쇄가 76일 만에 해제되면서 수만 명이 기차와 비행기를 통해 우한을 떠났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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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병 진원지인 중국 우한시에 대한 봉쇄 조치가 8일 0시(현지시간)를 기해 전면 해제됐다. 도시 진입과 출입을 막기 시작한 1월 23일 이후 76일 만이다. 8일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일제히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우한 봉쇄 해제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부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맞선 우한 시민의 강인함을 봤다"고 자평했다. 우한의 방역 성과를 앞세워 전염병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또 우한 봉쇄 해제는 중국 지도부가 조만간 '코로나19 인민 전쟁' 종식 선언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어 주목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우한시 소재 기업들의 생산 재개율이 97%에 달하는 등 중국 전역을 아우르는 '경제 정상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낙관론 이면에는 경계심도 피어오르고 있다. 최근 무증상 감염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우한 봉쇄 해제가 자칫 전염병 재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에서는 여전히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관련 발표에 강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회복 전망에도 신중론이 짙다. 코로나19 탓에 해외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내수에 기댄 경기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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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봉쇄 조치가 풀리자 기차역과 톨게이트는 우한을 빠져나가려는 인파가 일제히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도로, 항공, 고속열차 운행이 전면 재개된 가운데 일부 고속도로 톨게이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3㎞에 달하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날 열차를 통해 우한을 벗어난 승객만 5만5000명으로 추산됐다. 이 중 40%가량은 중국 제조업 중심지인 주장 삼각주 지역으로 떠났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에 따르면 우한에서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로 향하는 기차 표는 향후 21일가량 매진됐다. 또 이날 우한에서 출발한 항공편은 131편에 달했다.

봉쇄 해제로 일상 활력을 되찾고 있는 우한은 지역 경제에도 서서히 온기가 도는 모양새다. 우한시 정부에 따르면 8일 현재 이 지역 소재 기업 중 97%가 생산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이는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 소재 기업 생산 재개율이 90%대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비교해 양호한 수치다. 가동 재개율이 높다고 해서 예년 수준의 정상 조업도를 회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중국 중앙당국이 '우한 경제 살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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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여파가 경착륙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고 있다. 지난 1분기에만 지급준비율 등 금리 인하, 특별대출,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운영 등으로 5조5700억위안(약 964조원)을 시중에 풀었다. 또 올해에만 7조6000억위안(약 1310조원)을 5세대(G) 이동통신을 비롯한 신기술 영역과 지역 간 연계형 개발 사업으로 대두되는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또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를 살리기 위해 최근 한 달 동안 40여 도시에서 총 68억위안(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소비쿠폰 지급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조치로 생산 등 공급 변수가 탄력을 받고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억압됐던 수요가 '분노형 소비'로 분출될 수 있지만 경기가 본격 회복 궤도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최근 중국 내 무증상 감염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자는 7일 하루에만 137명 추가돼 총 1095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실제 무증상 환자는 4만3000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열어 "현재 중국의 방역 조치는 단계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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