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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사설]ILO가 예고한 실업 대란, 노사정 협력으로 헤쳐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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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과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초기 상담과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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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7일 코로나19의 노동 부문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전 세계 노동자 33억명 가운데 81%인 약 27억명이 해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 단축 등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ILO는 올해 2분기 전 세계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6.7%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1억9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라고 분석했다. ILO의 경고는 대공황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상황은 예측보다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ILO는 지난달 발표한 올 세계 평균 실업자 2500만명보다 더 늘어난 예측치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ILO의 분석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후반 2주 사이에 약 1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프랑스에서는 400만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영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최근 몇 주 사이 10배로 늘었다. 서구 경제가 고용 빙하기에 들어선 형국이다. ILO의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라는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실업대란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다음주부터 직원 70%인 1만90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이스타항공은 직원 300명을 구조조정키로 했다. 여행, 숙박, 제조업에서도 구조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직장갑질119에는 3월 이후 해고·권고사직 사례 신고가 크게 늘고 있다. 해고를 막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에는 하루 2000건 안팎으로 신청이 폭증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지원금 규모를 크게 늘렸으나 신청자의 요구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고용지원금이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에 국한돼 영세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이 필요하다.

감염병위기는 경제위기로 이어지고 경제위기는 고용위기를 부른다. 그러나 노동자 해고가 위기 극복의 해법은 아니다. 일자리가 유지될 때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어떻게든 해고는 막아야 한다. 정부의 통 큰 지원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ILO는 보고서에서 경제위기 대책으로 노사정 대화를 통한 해결을 제안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서구와 달리 손쓸 여력이 충분하다. 정부는 적극적 고용안정책을 통해 해고 방지에 나서야 한다. 기업은 최대한 해고 회피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노동자는 해고를 막기 위해서라면 급여 삭감, 순환 휴직제 등을 감수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은 노사정이 고용안정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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