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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은 화석연료 막 쓰려는 꼼수?[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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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로 발전하는 국내 한 발전소의 모습. 이 발전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시설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사진=한국중부발전 홍보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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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탄소'입니다. 탄소는 산소와 잘 반응해서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대기 중에 방출됩니다. 대기 중에 이런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 지구의 온도가 높아진 것이 기후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순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은 '기후중립(Climate neutral)'이라고 하지요. 이 기후중립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 바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입니다.


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은 한 때 '화석연료를 마음대로 사용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왜 이런 비판이 나왔을까요? 기술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CCS는 산업시설이나 발전소 등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곳에서 이산화탄소만 모아서 보관하는 기술입니다. 이산화탄소를 다른 가스와 분리·압축해 액체 상태로 만들어 땅속에 묻거나 밀폐하는 것이지요. 대기 중에 풀려난 이산화탄소를 다시 땅속으로 되돌리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렇게 모은 이산화탄소를 공업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즉, CCS는 인류가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기 전까지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과도기적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일부 국가는 이 기술을 외면하게 됩니다.


CCS 기술로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만약의 사고로 방출된다면 이산화탄소를 저장한 지역은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CCS 기술을 믿고 기업들이 오히려 화석연료를 마음 놓고 사용하게 된다는 반론이 제기된 것입니다. 살 빼려는 사람이 살 빼는 약을 먹고 있으니 마음껏 과식하려는 것처럼 CCS가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된다는 주장이지요.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5년까지 40~45%, 2050년에는 80%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는 독일의 정치인들은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CCS를 더 이상 논의할 가치가 없는 기술로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인류는 탄소배출을 줄여야만 합니다. 화석연료 사용이 계속되고, CCS를 능가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CSS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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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운영 중인 이산화탄소 저장소의 모습. 사진 아래쪽 긴 원통형 탱크가 저장소입니다. [사진=한국중부발전 홍보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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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유럽을 최초의 기후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에 CCS 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CSS에 부정적이었던 독일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CSS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고, 영국도 기후중립을 위해서는 "CCS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판단했습니다.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최신 보고서에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량을 현재 대비 1.5도로 제한하는 시나리오에 CCS를 포함 시켰습니다. 현재 CCS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노르웨이입니다. 노르웨이에서는 두 개의 CCS 시설이 가동 중인데 주변 국가들이 배출하는 탄소를 노르웨이 해저에 저장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CCS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에 따라 저장 시설을 짓기 위한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합니다.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비용과 안정성에서 단점을 드러냈던 CSS 기술은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0'이 되는 기후중립을 선언할 수 있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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