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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중소업체 그랜드도 "인천공항면세점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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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롯데와 신라면세점에 이어 중소기업인 그랜드면세점(그랜드관광호텔)도 인천국제공항 신규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세계 1위에 올랐던 한국 면세점이 이제는 국내 기업들이 어렵게 따낸 면허권을 포기할 만큼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꼼수 임대료 인하' 논란까지 불거지며 면세점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일 그랜드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8(전 품목) 사업권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랜드백화점은 공항공사 측에 자신들이 특별재난지역인 대구에 기반을 둔 사업자인 만큼 계약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임대료 문제까지 불거졌다. 그랜드면세점은 공항공사에 코로나19 이후 여객이 정상화될 경우 현행 규정대로라면 임대료가 9%나 오를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감안해 임대료 조정을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그동안 '여객 연동 임대료'를 내왔다. 직전 연도 여객 수 증감에 따라 다음해 월 임대료를 ±9% 선에서 조정한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승객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임대료도 최고 9%까지 급등하게 된다.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그랜드면세점은 두 손을 들었다.

앞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도 지난 8일 인천공항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9월 영업을 시작하면 고객 수에 상관없이 최소 보장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임대료 기준이 되는 여객 수가 올해 기저효과로 내년에 크게 증가하면서 실제로는 고객 수가 증가하지 않아도 임대료는 9%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부담이 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절박한 현실을 감안해 업계에서는 공항공사 측에 계약 내용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항공사는 "공개 경쟁입찰의 기본 조건을 수정해 달라는 요구를 수용하면 입찰 공정성이 훼손되고 중도 포기 사업자 및 후순위 협상대상자와의 법적 문제 소지가 있어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각적인 재입찰보다는 제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입찰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면세점 업체가 줄줄이 사업권을 포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항공사가 밝힌 임대료 20% 할인이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면세점 업계 반발도 커지고 있다.

공항공사는 최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면세업자의 공항 임대료를 20% 할인해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임대료 감면 조건으로 내년 임대료 할인은 포기하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사업자는 전날 마감한 임대료 할인 신청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올해 임대료를 20% 감면받는 대신 2021년과 2022년에 내야 하는 임대료가 올라가 사실상 감면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할인을 신청하면 2020년 기준 연간 임대료를 100으로 했을 때 임대료를 최대 6개월간 20% 감면해주기 때문에 연간으로 보면 10% 할인이 된다. 그 대신 2021년엔 6개월간 9% 감면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게 공항공사 측 논리다. 이에 따라 6개월은 기존 임대료(50)를 내고 나머지 6개월은 9% 인하된 45.5를 내 2021년에는 95.5를 내야 한다. 그다음 해인 2022년 공항 이용자 수가 회복된다는 전제하에 임대료가 9% 인상되면 95.5의 9% 인상인 104.1을 연간 임대료로 내야 한다. 결국 단순 계산으로 3년간 임대료 합은 289.6이 돼 공항공사의 할인을 받지 않고 기존 최대 9% 할인을 적용받는 3년 합계 290.2와 큰 차이가 없다고 면세점 업계는 설명했다.

면세점 업계는 "공항공사가 계약서에도 없는 사실상 '내년도 임대료 할인 포기각서'를 들이밀며 착한 임대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면서 반발했다. 공항공사는 "올해 임대료 감면이 이뤄지기 때문에 내년에도 이를 적용하면 이중으로 혜택을 받게 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1위인 한국 면세점 업계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4월 현재 인천공항 출국객은 예년 평균 10만명의 1% 수준인 1000명으로 급락했다. 또 4월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일평균 대비 98% 하락해 매출액의 20~30배를 임대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이러한 조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등 해외 국제공항이 상업시설 임대사업자에 대해 임대료 감면 등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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