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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방심한 틈 노리는 코로나’…카페·PC방·노래방 방역 사각지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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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느슨해진 ‘다중시설 방역 경계’

옆자리 붙어 마스크 안 쓰고, 출입자 명단은 관리 안 돼

전문가들 “방역 지침 안 지키면 집단 감염 일어날 수도”

업주들 “식당, 카페, 술집은 두면서 왜 우리만 관리하나”

[이데일리 박순엽 유준하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공무원 학원과 PC방을 각각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집단 감염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탓에 일부 다중이용시설은 정부가 제시한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경로가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많은 이들이 찾는 커피 전문점이나 식당, 술집 등이 방역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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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역협회 봉사단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PC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뉴시스)


◇‘마스크 안 쓰고, 명단은 제각각’…느슨해진 방역 경계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대형 공무원 학원과 PC방에 각각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방역 당국은 집단 감염 가능성에 긴장했다. 학원과 PC방 등은 많은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문다는 점에서 집단 감염이 벌어지기 쉬운 장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동대문구 PC방에선 동 시간대 PC방에 머물던 10여명이 한꺼번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50명 내외 수준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어 다중이용시설의 감염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도 앞서 시설들에 △전원 마스크 착용 △출입구·시설 내 손소독제 비치 △이용자 간 간격 최소 1~2m 이상 유지 △출입자 명단·연락처 작성·관리 등을 지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자 일부 다중이용시설에선 방역 지침 준수에 느슨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일 오전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동작구의 한 PC방에선 30여명의 사람들이 서로 붙어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심지어 이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2~3명에 불과했고, 가게 안 좁은 흡연실에서 마주 보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목격됐다.

인근 코인 노래방에서도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코인 노래방은 무인 매장이 많은 탓에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출입자 명단을 작성해달라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는데다가 작성 여부를 이용객 자율에 맡겨 이름과 연락처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용객들은 명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록을 꺼린다고 말했다. 이날 코인 노래방에서 만난 이모(24)씨는 “아무도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명단에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긴다는 게 꺼림칙하다”며 “이 가게에 들어올 때도 아무것도 적지 않긴 눈치가 보여서 이름만 지어내서 적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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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찾은 서울 동작구의 한 PC방의 출입자 명단. 앞서 방문한 이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가려지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돼 있다. (사진=유준하 기자)


◇“방역 지침 안 지키면 구멍”…업주들 “왜 우리한테만 그래”

전문가들은 다중이용시설들이 정부의 방역·예방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집단 감염 가능성이 커지는 건 물론이고, 해당 공간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처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비교적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예방 지침을 비교적 잘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와 잘 지키지 않은 미국·유럽을 비교해보면 정부 지침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며 “해당 시설이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방역 당국이 이를 관리하는 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PC방·코인 노래방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한 PC방 업주는 “이용 중에 마스크를 벗는 행위까지 하나하나 지적할 순 없다”며 “일행끼리 온 사람들에게 한 자리 건너 앉기를 강요하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고 토로했다.

또 개인정보를 확인할 권한이 없어 명단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사람을 잡아낼 수도 없다는 게 업주들 주장이다. 아울러 일부 업주들은 “사람이 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카페나 술집엔 안 그러면서 왜 PC방에만 방역 지침을 지키라고 그러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 시내 식당이나 일반 주점에서도 잇달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이들 시설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커피 전문점도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 방역 사각지대로 꼽히고 있다. 이에 서울 시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밀집시설에 대한 방역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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