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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BS 강의만 틀어주고 끝" vs "직접 만든 영상 쌍방향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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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첫 온라인 개학 ◆

매일경제

막 올린 중3·고3 '온라인 개학'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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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생활 내내 판서 수업만 해오다 온라인 수업을 하려니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어요. 준비 시간도 촉박해서 어쩔 수 없이 일단 EBS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짠 상태입니다."

"학생들 수업 태도를 수시로 관찰해야 하고, 반응도 이끌어내야 해 수업 방식을 다양화했죠. 수업 도중 실시간 퀴즈를 내거나 학습 내용과 연관된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주니까 집중도가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지방 소재 한 일반계 고등학교 수학 교사 A씨와 국어 교사 B씨는 9일 온라인 개학을 한 첫날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두 교사는 이날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원격 수업을 처음 진행했는데, 학생들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고 했다. A교사는 "정해진 EBS 강의를 듣게 한 뒤 몇몇 학생들에게 전화로 어떤지 물어봤더니 모르는 부분을 질문할 수가 없어 불편한 점이 있다고 했다"며 "수학 과목 특성상 실시간으로 설명해주면 좋은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반면 B교사는 "평소 수업에서도 디지털 자료를 자주 사용해왔던 터라 큰 부담이 없었다"며 "준비한 만큼 아이들도 잘 따라와줘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했던 것처럼 교사 역량과 학교별 여건에 따른 온라인 수업 격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일찌감치 온라인 수업을 준비해온 학교는 대체로 수월하게 진행됐지만 그러지 못한 학교 중에는 부랴부랴 서둘러 수업 준비를 하면서 진땀을 뺀 곳도 있었다. 향후 원격 수업이 장기화하면 학교 상황에 따른 학습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특히 학생·학부모는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을 선호하는 데 반해 대부분 학교가 EBS 강의로 수업을 채우거나 콘텐츠를 활용했다. 여기에 과제 수행 수업을 혼합한 형태도 많았다.

비교적 온라인 수업을 잘 준비한 서울 인헌고는 고3 수업 기준 25개 교과목 중 3개 교과목만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이뤄진다. 인헌고 관계자는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교사들은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지만 연배 있는 교사들은 처음 접하다 보니 교사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쌍방향 수업이 적어 아쉬움은 있지만 차츰 교사들이 적응하면 다양하고 안정된 온라인 수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선 교사들은 생소한 원격 수업 프로그램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숭문중 C교사는 영어 수업을 쌍방향으로 진행하면서 학습 내용이 담긴 디지털 자료와 채팅창을 번갈아 사용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C교사가 퀴즈를 내고 학생들 답을 듣기 위해 '음소거 해제 기능'을 찾지 못하자 한 학생이 영상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디를 클릭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했다.

전체 수업 중 절반 이상을 콘텐츠 활용형 수업으로 진행하는 서울 도선고는 과목별 교사들이 수업 내용을 직접 동영상으로 제작·편집했다. 도선고 관계자는 "콘텐츠 활용 수업도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조치해 수업 중 학생 이탈을 최대한 막고 있다"고 전했다.

[고민서 기자 / 문광민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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