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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선생님 목소리 들리면 채팅창에 ○"… 걱정보다 순조로운 출발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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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언택트사회]
온라인 개학 ‘고3·중3 교실’ 가보니
채팅창 조작 미숙 등 있었지만
대체로 순조롭게 수업 이어나가
"조명·음향 등 수업 질 개선 돼야"
"충분한 지원 있다면 해볼 만해"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 중·고교가 9일 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한 가운데 서울 백범로 서울여자고등학교 한 고3 교실에서 선생님이 온라인 조회를 하고 있다. 오늘 개학은 3월 2일 개학이 미뤄진 지 38일 만이다. 사진=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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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OO? 김OO 없어요? 이OO? 이OO은?"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서울 백범로 서울여자고등학교 3학년 5반 교실에선 아침 8시10분 학급 조회가 원격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되는 1교시 수업을 앞두고 반 학생 23명의 건강을 물으며 출석을 확인한 결과 2명이 사전고지 없이 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담임인 김우영 교사는 2명의 학생은 따로 전화해서 출석을 확인하기로 하며 학급 조회를 마쳤다.

■초유의 도전, 아직은 미숙

옆 교실인 3학년 3반에서는 이경주 교사가 가르치는 심리학 원격수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OO이 들려요? 선생님 목소리 들리면 채팅창에 동그라미 해줄래요? 갤럭시탭으로 하는 친구는 이름을 바꿔줘야 출석 체크를 할 수 있어요. 바꿔줄래요?"

대면 수업보다 다소 어수선했던 출석 체크가 끝나자 수업이 시작됐다. 학생들의 얼굴을 비추는 화면에는 야외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사가 "초능력은 심리학일까?"라는 주제로 예시 영상을 틀어주다 문제가 생겼다. 학생들에게 채팅창에 답을 적어보라고 했지만 돌아온 답은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였다. 급한 마음에 다시 영상을 틀어봤지만 이번엔 아예 재생이 안 됐다. 다행히 다음 주제와 예시 영상은 문제없이 재생되며 해프닝으로 끝났다.

걸어서 10분 남짓 거리인 숭문중학교 역시 이날 중학교 3학년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공식 시범수업은 해보지 않았다는 윤석준 영어교사(59)는 개학 연기 기간 흥미가 있는 학생들만 모아 따로 수업을 해봤다고 한다. 이런 노하우가 있어서인지 학생들과 유쾌한 수업을 이어갔다. 수업 도중 윤 교사가 질문을 하고도 채팅창을 열지 못해 학생들의 대답을 보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30년 넘는 경력답게 다음에 확인하기로 하며 수업을 이어갔다.

■교사들 "걱정보다 좋은 출발"

교육부에서 7일 이내에 동영상 시청을 하거나 과제 제출 등으로 확인을 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우려는 여전했다. 실제 이날도 출석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어 선생님들이 분주하게 전화로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쌍방향 원격수업보다 미리 녹화해둔 수업 영상이나 EBS 강의 등 기존 콘텐츠를 주로 보여주는 수업이 주를 이루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여고 최성희 교감은 "개학 연기로 수업일수가 줄어 같은 학습량을 짧은 시간에 소화해야 하다 보니 교사들에게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만 하라고 독려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버 문제가 지적됐던 EBS 온라인 클래스의 문제도 여전했다. 서울여고의 온라인 수업을 총괄하는 송원석 연구부장은 "다음 주에 쓸 영상이 오늘 오전까지도 2~3시간씩 탑재가 안 돼 결국 업로드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교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실질적으로 가장 어려워 한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송 연구부장은 "고화질·일반화질 2개로 올리고 있는데 조명과 음향에 대한 문제가 크다"며 "학생들이 이미 훌륭한 인강을 많이 접해봐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

이런 걱정들에도 직접 원격수업을 해본 교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

서울여고 이경주 교사는 "줌(ZOOM)이라는 게 복잡할 줄만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학생들과 소통하기도 편하다"며 "충분한 지원만 있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숭문중 윤석준 교사는 "경력이 30년 넘는 저도 할 수 있으니 저보다 나이가 많은 선생님들도 충분히 원격수업을 할 수 있다"며 "오랜만에 학생들 얼굴을 보니 너무 좋다"고 전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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