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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동생 아쿠아리움 데려가고 싶어 했는데....” 화마에 참변 울산 형제 추모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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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8일 오전 울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이 등 2명이 숨졌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내부. 울산소방본부 제공


“동생이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어해 데려가고 싶다고 말한 게 지난 주였는데….”

울산에서 불길 속 홀로 남은 동생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동생과 함께 숨진 김모(18)군 형제의 장례식장을 9일 찾은 김군 친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김군의 친구는 “(김군이) 동생을 참 많이 아꼈다”고 회상했다.

김군 형제는 지난 8일 새벽 아파트에서 난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잠시 외출했다가 집에서 난 불을 발견한 김군은 안방에서 잠든 동생을 구하려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결국 구하지 못했고, 불길을 피해 13층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 떨어져 숨졌다.

지난해 김군을 맡았던 담임교사는 김군을 매우 성실한 제자로 기억했다. 1학년 전체 대표를 맡아 활동할 정도로 활동적이고 적극적이었다. 봉사활동도 1학년 중에서 가장 많이 했다. 마이스터고 학생으로 학기 중 평일에는 기숙사 생활을 했던 김군은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가 9살 동생을 돌봤다. 동생은 어린시절 사고를 당해 장애가 있어 경북의 한 특수학교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왔다. 형제가 만날 수 있는 건 주말이었던 것이다.

담임교사는 “주말이면 아픈 동생 밥 챙겨 준다고 집에 가던 학생이었습니다. 아빠 가게 일도 도왔고요”라며 “평소 성품을 보면 불길에 뛰어들고도 남을 녀석이었어요. 이렇게 보내기에는 정말 너무 아까운…”이라며 제자를 먼저 떠나 보낸 슬픔에 말을 맺지 못했다.

자식을 한꺼번에 잃은 김군 부모는 문상객을 맞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부모가 생업으로 집을 비웠던 때 불이 났던 만큼, 경제 사정도 넉넉지 못해 장례식 비용도 부담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지난해 사기를 당해 빚이 있는 데다가 식당을 운영하면서 경기가 나빠지자 부업으로 허드렛일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의 추모도 이어지고 있다. 형제가 살았던 아파트 앞에는 국화와 장미꽃이 놓였다. 장미꽃 한 송이에는 ‘별이 되어 있을 형제와 부모에게 위로가 넘치길’이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이들 형제에 대한 추모글이 올라오고 있다. 울산지역 한 커뮤니티에는 ‘형제들이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 ‘형이 동생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은 데 안타깝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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