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축제 잇단 취소로 팔 곳이 없어요” 강원도 봄나물 재배농가들 ‘한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양구·홍천·태백 등 산촌지역

곰취·산마늘 등 수확철 맞아

판로 막힐까 ‘전전긍긍’

지자체 “온라인 판매 지원”

공공기관 등 구입 협조 요청

경향신문

지난 8일 강원 양구군 동면 팔랑리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주민들이 봄나물의 제왕으로 불리는 곰취를 채취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촌마을 주민들은 산과 들녘에서 연둣빛 새순을 틔우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곰취와 산마늘(명이나물)의 모습에서 봄이 왔음을 직감한다. 4월 들어 앞다퉈 초록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 각종 봄나물이 따스한 온기 속에 싱그러움을 더해간다. 하지만 요즘 산채와 봄나물을 본격적으로 수확하기 시작한 농민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입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데다 산나물 등을 테마로 한 봄축제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판로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오후 강원 양구군 동면 팔랑리의 비닐하우스 곳곳에선 ‘봄나물의 제왕’으로 불리는 곰취 채취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양구는 20여년 전부터 전국 최대 곰취 산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지방도 옆에 마련된 간이 판매시설 안에서 소비자들에게 택배로 보낼 곰취를 씻어 포장하고 있던 최관수씨(70·팔랑리)는 “요즘엔 그래도 주문이 곧잘 들어오는데 다음달 이후가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최씨 가족은 올해 1.2㏊의 비닐하우스에서 10t가량의 곰취를 생산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생산량의 30%가량을 5월 초에 열리는 ‘양구 곰취축제’를 전후해 판매해 왔는데 올해엔 축제가 취소돼 판로가 막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양구군축제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당초 5월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서천변 레포츠공원 일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2020 양구 곰취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양구군은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10만~15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축제를 강행하는 것은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양구지역 60여 농가는 올해 15㏊에서 132t의 곰취를 생산해 16억원가량의 소득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축제 취소로 판매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병구 양구군농업기술센터 유통정책담당은 “곰취 축제 때 판매할 계획이었던 계약물량 1㎏짜리 7200상자(1상자 판매가 1만원)에 대해서는 상자당 3000원의 택배비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공공기관·단체 임직원, 출향인사, 군부대 등을 대상으로 곰취 팔아주기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5월1일 개최할 예정이던 ‘홍천 산나물축제’와 ‘2020 태백 천상의 산나물축제’(5월8~10일 예정) 등 강원도 내 산촌지역에서 열리던 각종 봄축제가 잇따라 취소됐다. 강원도 역시 오는 5월 원주시 댄싱공연장에서 개최키로 했던 ‘제5회 강원산나물어울림한마당’을 온라인 중심의 산나물 특판행사로 변경해 추진키로 했다.

이만희 강원도 녹색국장은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나물 생산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당 시·군과 협력해 온라인 판매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