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사상 초유 ‘온라인개학’]“녹화 강의 휘리릭…7교시까지 10시30분에 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출석 확인·수업 접속…개운치는 않았던 학생들

경향신문

첫 만남 담임교사 “등교…아니, 접속해줘서 고마워요”중·고등학교 3학년생이 온라인으로 개학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의 텅 빈 교실에서 교사가 노트북 화면을 보며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중학교 3학년 강수연양(15·가명)은 9일 오전 EBS 온라인 클래스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15분 동안 EBS 온라인 클래스 접속 시스템에 일부 병목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준 주간학습계획서에는 교과에 따라 학교 홈페이지와 구글사이트, 파워포인트(PPT) 자료 등을 통해 수업이 이뤄진다고 돼 있지만 사실상 수학·영어·역사 등 대부분의 수업은 EBS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진행된다.

강양은 노트북과 태블릿PC 등 여러 스마트기기를 동시에 켜고 수차례 온라인 클래스 접속을 시도한 끝에 겨우 태블릿PC로 로그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고3 50만765명과 중3 44만7115명이 온라인개학을 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에 온 사회의 촉각이 곤두서 있지만, 정작 강양에게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등교개학이었다면 교장선생님과 담임교사의 훈화가 있었겠지만 이날은 아무런 공식 행사도 없었다. 담임교사가 반 아이들이 모두 있는 카카오톡 단톡방에 출석 및 결석 처리 여부 등을 안내하는 공지를 올렸을 뿐이다.

■ 국어는 5분, 역사는 40분 영상

학습계획서에 따르면 이날 수업 일정은 1·2교시 개학식 및 출석확인, 3·4교시 국어, 5·6교시 역사로 짜여 있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개학식과 출석확인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강양은 오전 9시30분부터 국어와 역사 수업을 들었다. 두 수업 모두 녹화 영상이나 EBS 강의를 보는 단방향 수업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어의 경우 정식 수업이라기보다는 담당 교과 교사가 PPT를 이용해 앞으로의 수업 계획을 설명하는 5분 내외의 짤막한 동영상이었다. 역사는 EBS 온라인 클래스에서 40분이 넘는 EBS 강의를 보는 방식이었다. 두 교과 모두 과제가 있었다. 국어는 자기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역사는 흥선대원군의 통상수교 거부정책에 대한 의견을 남겨야 했다. 과제는 EBS 온라인 클래스 과제제출방에 올려야 했는데, 평가보다 출석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역사 수업이 20분쯤 넘어가자 강양은 앉은 자리에서 스트레칭을 했다. 영상 속 교사는 외규장각과 척화비 등이 시험에 잘 나오는 문제라며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그는 필기를 하지 않았다. 강양은 “나중에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이 다시 한번 훑어봐주실 거라 필기는 안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의 형태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녹화 강의 및 학습자료 등의 콘텐츠 활용 수업, 과제 중심형 수업을 내놨다. 하지만 일방적인 지식 전달 수준에 그치는 콘텐츠 활용과 과제중심형 수업에 학생들은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양은 “지난 6일과 8일 온라인 시범수업을 할 때는 중국어 선생님이 칠판 앞에서 직접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게 더 집중이 잘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첫 재택수업 학생 “긴장했는데…생각보다 재미있어요”이날 경기 고양시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산골학교 출석체크도 카톡으로

전교생이 28명에 불과한 산골학교인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송면중학교 3학년 학생들도 온라인으로 학교에 등교했다. 이 학교에서 중3은 모두 9명이다. 이날 등교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진행됐다. 오전 8시30분쯤 “얘들아 모두 일어났지?” 담임 교사가 메시지를 남기며 아침 조회를 시작했다. 9명이 모두 대답하는 것으로 출석 확인을 한 교사는 카카오톡을 통해 온라인 등교 관련 공지 등을 전달한 뒤 조회를 마쳤다.

수업은 카카오톡 라이브를 통해 진행됐다. 교사는 교실에서 영상으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카카오톡 메신저로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교재는 교과서 대신 구글 클래스룸으로 대체됐다. 교사가 구글 클래스룸에 미리 작성해 놓은 문서에 학생들이 접속해 지난해 읽었던 책과 소감, 앞으로 읽어나갈 책 등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가 큰 대구에서도 온라인수업이 시작됐다. 중3인 신정민군이 재학 중인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는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다. 신군은 출석번호 대신 자신의 생일과 이름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322sjm’이라는 아이디로 온라인등교를 했다.

신군의 수업도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 영상을 보는 데 그쳤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6분, 8분 등으로 짧아 이날 수업은 오전 10시30분쯤 끝이 났다. 학교에서였다면 7시간을 보내야 했을 일과가 1시간30분 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 “쌍방향 수업 많아지길”

결국 원격수업의 성패는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어떻게 활성화하느냐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신군은 이날 ‘정보’ 교과에서 컴퓨터 언어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실습을 했지만, 교사에게 곧바로 질문을 할 수 없어 과제물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신군은 “오프라인 수업이라면 직접 선생님께 궁금한 점을 여쭤보고 바로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온라인에서는 그런 점이 불가능해 아쉽다”고 말했다.

실습 중심의 수업도 문제다. 신군은 이날 스포츠 과목(45분)을 6분 만에 마쳤다. 평소였다면 운동장에서 직접 공을 차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겠지만 이날은 축구 기본기를 설명하는 동영상 강의를 본 게 전부다.

신군 어머니 이유미씨(49)는 “온라인개학까지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선생님들도 동영상 강의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 같다”며 “시스템 보완 등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로 수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도 “학교 내 인프라 구축이 잘 이뤄져야겠지만 학교 교육의 목적이 지식 전달 외에 교사와의 소통 등을 통한 인성 교육도 있는 만큼 쌍방향 실시간 수업과 단방향 녹화영상 수업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희·백경열·김희진·이삭 기자 mong2@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