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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동서남북] "이번에 지면 우린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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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제거 작업 시즌 2 시작… 총선 이후 검찰 수사 의식한 듯

이처럼 尹 흔들기 반복하려면 靑, 차라리 불신임하고 교체를

조선일보

최재혁 사회부 차장


윤석열 제거 작업의 '시즌 2'가 시작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참모)을 자르고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해체하는 작업이 '시즌 1'이었다면 '시즌 2'는 윤 총장 주변의 '사람'을 공격하는 것으로 전환됐다. 또 하나 달라졌다면 친여(親與) 매체들이 달려들었고, 불과 얼마 전까지 청와대와 법무부 요직에 있던 이들이 뛰쳐나와 여당의 비례 위성 정당 소속으로 공격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왜 이러는 것일까. 그 해답은 더불어민주당 핵심 인사가 사석(私席)에서 했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윤석열 검찰이 기소한 인사 중 한 명인 그는 "이번 총선에서 지면 우리는 다 죽어"라고 했다고 한다. 켕기는 게 없고 떳떳하면 무고하게 죽을 일도 없다. 총선 이후 예고된 검찰 수사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4·15 총선 이후 울산시장 선거 개입, 라임자산운용, 신라젠 등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한 수사를 본격 재개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범(汎)야권이 총선에서 과반(過半)을 차지한다면 이 수사들은 질적·양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인사를 통해 특별수사통들을 전국 각지에 흩어 놓았지만 윤 총장이 "그들을 불러올려 수사팀을 보강하겠다"고 하면 이를 막을 수 있겠는가. "총선에서 지면 우리는 다 죽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윤석열 제거 작업 '시즌 2'의 양상은 상당히 독하다. 최근 MBC는 채널A 기자와 '윤석열 측근' 검사장 간 '검·언(檢言) 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MBC 보도는 징역 1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면서도 "나는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금융사기범(이철 전 VIK 대표)의 제보를 근거로 했다. 하지만 이 금융사기범과 채널A 기자 사이에 '거간꾼' 역할을 했던 지모(55)씨가 '여권 전속 제보꾼'인 '제보자X'였다는 게 드러나면서 제보 의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부 인권국장 출신 여권 인사들은 의혹의 불씨를 살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고, 조국 전 장관이 낙점했던 대검 감찰본부장과 언론 단체도 이 대열에 가세했다. 채널A 기자가 지씨를 상대로 어떻게 취재했는지는 양쪽이 다 녹음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겠다던 MBC는 입장을 바꾼 상태다.

윤 총장의 장모·아내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지자 조국 지지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조국을 탈탈 털듯이 수사하라"고 비아냥댔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 일가의 혐의는 검찰이 탈탈 털어서 나온 게 아니다. 소수 언론만 빼고 신문·방송 대부분이 달라붙어 조 전 장관 딸의 의학 논문 제1 저자 등재, 조국 일가 전용 사모펀드, 웅동학원 비리 등을 추적한 결과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증거 보존"이란 궤변으로 옹호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증거인멸)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제 발등을 찍은 것이었다.

2003년 3월 '전국 검사와의 대화'에서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 어록 가운데 가장 회자하는 것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였다. 그러나 현실적 파장은 "현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컸다. 김대중 정부에서 임명된 당시 검찰총장은 그날 밤 사표를 제출했다. 임명권자가 싫다면 그만두는 게 상식이다. 지금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조국에 대한 미련이 남고 여전히 윤석열과 같이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청와대가 "윤석열을 불신임한다"고 솔직하게 밝히는 게 정도(正道)다. 아니면 흔들기를 멈추게 하든가.

[최재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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