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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농업 공약 실종에 '우리는 들러리가 아니다'"…분노의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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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할 말 있습니다' ⑥ 농민 편]

"농민의 목소리 대변해 줄 수 있는 농민 출신 국회의원 절실"

강기갑 의원 이후 농민 의원 명맥 끊겨… 20대 국회에도 1명뿐

농민 출신 의원뿐만 아니라 농업 공약도 실종

대부분 정당들, 농업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아

농민들 "농민수당 전 지역 확대" 기대

김한영 기자

광주CBS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청년과 여성, 다문화가정, 장애인, 농민 등 선거에서 소외받는 사회적 정치적 약자들이 총선에 바라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10일은 마지막 순서로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이 바라는 총선, 나아가 정치권에 바라는 점에 대해 보도한다.

지난 2018년 기준 광주전남지역 농민은 광주 2만 5438명, 전남 30만 6367명 등 모두 33만 1805명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인 전남의 경우 전체 도민(188만 2970명) 가운데 16.2%가 농업을 업으로 하고 있다. 광주도 전체 시민(148만 2151명) 가운데 1.7%가 농사를 짓고 있다.

이처럼 전남의 경우 인구 100명당 16명이 농업인이지만 21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농민 출신 후보자는 보이지 않는다.

농민 출신으로는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있다. 강 의원 이후 농민 출신 의원 명맥이 끊겼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유일하게 농민 출신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김 의원은 경북 구미시을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번에도 농민들을 대변할 국회의원은 탄생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정당들이 농민 출신 후보자들을 비례대표 후순위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역임한 김영호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가 가장 높은 비례대표 순번인 2번을 받았다. 김 후보가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받기 위해선 민중당이 정당 득표율 3%를 넘겨야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농민들은 수십만 명의 농민들이 단체로 모이는 것보다 단 1명이라도 농민 출신 국회의원이 있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노컷뉴스

농민 박래범씨가 사과꽃을 따고 있다(사진=김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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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군 삼서면에서 사과 과수원(9917㎡)을 운영하는 박래범(62)씨는 "21대 총선 후보자들은 관료 출신이거나 법률 전문가들만 있다"면서 "농업 종사자로 우리 농민들이 필요한 정책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을 꺼냈다. 박씨는 "실제로 책상에서 펜을 굴리는 것과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면서 "선거 때만 되면 우리 농민들은 들러리가 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농민들은 무엇보다 정당들의 각종 공약 속에 농업과 관련된 정책이 대다수 실종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나마 일부 제시한 공약 또한 현장의 의견은 무시한 탁상행정용 공약이라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박씨는 "농민들을 위한 정책은 거의 실종됐다"면서 "해외에서 농산물이 국내로 물밀 듯이 들어오고 농산물 가격이 대폭락해도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일 농업농민정책연구소가 분석한 제21대 총선 정당별 농업공약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각 정당에서 공개한 10대 공약 중 농림해양수산 분야 정책 순위는 민중당(2순위) 더불어민주당(5순위), 정의당(6순위), 민생당·녹생당(7순위) 순이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농림해양수산 분야 공약은 전무했다.

노컷뉴스

광주시 광산구 평동에 사는 농민 정병렬씨가 21대 총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김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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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20여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정병렬(55)씨는 "다른 물가는 엄청나게 상승했지만 쌀값만 유독 수십년 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인건비는 그 당시보다 300%나 올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농민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국회로 들어가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 농가에 실익을 줄 수 있는 농업 정책을 구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들은 무엇보다 이번 21대 국회의원들이 농산물을 잘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농민들은 현재 전남도와 전북도 등 일부 지자체가 지급하고 있는 농민수당이 광주 등 다른 지역에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농민수당은 지난 2018년 전남 해남군이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 지원조례'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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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회 광주·전남연맹 부의장인 이갑성씨가 이번 21대 총선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김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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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성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부의장은 "모든 선거에서 농민이 사라진지 오래됐다"면서 "일부에서는 기타 등등에 농민을 포함시켜 기타 농민이라고까지 불리기도 한다"고 탄식했다. 이 부의장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지만 농업 문제만큼은 이전 정부와 달라 진 것이 거의 없다"면서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피땀을 흘리는 농민들이 대우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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